[시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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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의 국내총생산(GDP)을 100으로 가정할 때 20년 동안 미국과 영국의 GDP는 약 140이 됐고 독일과 프랑스는 120이 됐다.
일본의 지난 수십 년을 '잃어버린 30년'으로 부르는 이유다.
그러니까 실제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1인당 생산량으로 보면 2000년이 100일 때 미국, 영국, 프랑스는 120이 됐지만 일본은 135다.
일본의 부양비는 30년 전인 1992년에 4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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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지난 2000년의 국내총생산(GDP)을 100으로 가정할 때 20년 동안 미국과 영국의 GDP는 약 140이 됐고 독일과 프랑스는 120이 됐다. 그런데 일본은 113에 그친다. 일본의 지난 수십 년을 '잃어버린 30년'으로 부르는 이유다. 그런데 나라 전체의 GDP를 15세부터 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로 나눠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그러니까 실제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의 1인당 생산량으로 보면 2000년이 100일 때 미국, 영국, 프랑스는 120이 됐지만 일본은 135다. 인구가 감소하는 유일한 선진국이었음에도 안간힘을 써서 경제를 살려온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몇 명의 피부양인구를 먹여 살리느냐를 계산한 지표를 '부양비'라고 한다. 일본의 부양비는 30년 전인 1992년에 43%였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43명의 노인과 어린이를 먹여 살렸다는 뜻이다. 이 비율은 지금 66%다. 우리나라의 부양비는 2010년대에 36%로 가장 좋았다. 지금은 41%로 약간 나빠졌다. 지금도 우리의 인구구조는 일본의 전성기보다 더 좋다. 우리나라의 인구문제가 심각하다거나 고령화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앞으로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우리나라의 부양비는 27년 후인 2050년까지 계속 악화되는데, 2050년의 우리나라 부양비는 무려 90%가 된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43%이던 부양비가 66%가 되면서 경제가 거의 죽어가는 상황이 됐는데, 우리는 앞으로 27년간 부양비가 41%에서 90%로 늘어난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무서운 터널을 지나야 하는지 좀 실감이 될지 모르겠다. 90%의 부양비는 인류가 그 어떤 시대에도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인구구조다.
이런 통계를 알려주면 간혹 '지금부터 좀 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그 희망을 깨뜨리는 또 다른 통계 하나를 더 보자.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꽤 오래 진행돼온 탓에 우리나라에는 이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의 숫자 자체가 크게 감소해 버렸다.
출산이 주로 이뤄지는 만 20~34세 여성 인구는 2022년 기준 465만 명인데 이 인구는 10년 후 20%가 감소한 372만 명, 20년 후에는 40%가 줄어든 292만 명이 된다. 20년 후 가임기 여성 1명이 아이를 두 명씩 낳아도 우리나라 인구 감소는 멈추지 않는다. 인구의 문제는 지금부터 잘하면 30년 후의 미래부터나 조금씩 바꿀 수 있다. 지금부터 30년은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 시나리오는 인류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본의 지난 30년보다 훨씬 다양하고 충격적인 일이 벌어질 것은 분명하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제 우리에게 미래를 개선할 한가로운 플랜을 만들 시기는 지났다. 고통을 줄이기 위한 실행파일이 더 시급하다는 걸 받아들이고 정책 우선순위도 바꿔야 한다. 40대 이상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40대, 50대, 60대, 70대는 아마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일을 일찍 그만두고 피부양자가 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한 어둠의 터널로 빠져들 것이다. 죽도록 일하거나 아니면 죽을 때까지 괴롭거나 둘 중 하나이니 참 운 나쁜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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