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송영길의 ‘마이웨이’ 왜 저럴까?

2023. 7. 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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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사임시켰다” “한가히 책방할 때 아냐” 돌출발언
법무부 장관 퇴임을 앞둔 지난 2021년 1월 21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꼭 아셔야 합니까. 이걸 밝히는 것이 공익이라면 어떤 공익이 있는지 나를 설득해보세요.” 마침내 추미애가 입을 열었다. 시작한 지 1시간 26분이 지난 시점이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진행하는 유튜브채널 <오연호가 묻다>에 6월 29일 출연한 추 전 장관은 전체 2시간 18분 20초 분량의 영상 후반에 들어서야 ‘그날’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되게 먹먹한데요”라며 말을 꺼낸 추 전 장관은 자신의 법무부 장관 사직은 당시 발표된 것처럼 자의가 아니었고, 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그만둬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추 전 장관이 털어놓은 ‘그날’의 진실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장관 퇴임 자의 아니었다”는 추미애 폭로

그날? 2020년 12월 16일이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한 날이다. 징계 심의는 전날 오전 10시 34분부터 시작돼 자정을 넘겨 이날 오전 4시까지 계속됐다. 오마이뉴스 방송에 출연한 추 전 장관은 이날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추 전 장관으로서는 이 징계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성패 여부가 엇갈린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침, 추 전 장관은 청와대의 전화를 받았다. 물러나 달라는 요구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노영민 비서실장이었다. 노 비서실장은 그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다. 추 전 장관은 그게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누군가 “중간 농간(을 벌인 것)이라고 생각했다”(6월 29일 오마이뉴스 발언)고 한다. 직접 문재인 대통령의 의사를 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윤석열 징계결정문에 재가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대통령과 독대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물러나 달라는 말을 들었다. 추 전 장관에 따르면 자신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당에서 요구한다.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니 검찰 이슈가 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해가 바뀌어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말미에 문 대통령은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워딩을 내놓는다. 윤석열이 결국 정치의 길로 갈 것이냐는 물음에 “그러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할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워딩의 영향력은 여론조사에서 즉각 효과를 드러냈다. 이른바 ‘추·윤 갈등’의 한 축을 이룬 추미애의 퇴장과 함께 윤석열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졌다. 그런데 장관 퇴임을 앞둔 추 전 장관은 당시 다르게 받아들였던 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발언을 듣고 먹고 있던 “밥이 체할 뻔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오판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그날의 ‘진실’이라고 했지만, 이것은 반쪽짜리다. ‘독대’의 다른 상대방,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나머지 반쪽의 ‘진실’이 나와야 온전한 재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입을 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추 전 장관의 사의 표명이 자의가 아니었다는 것은 당시에도 흘러나온 이야기다. 그날의 상황을 당시 기자는 기사에서 이렇게 정리했다.

“공수처 설치-검찰개혁의 시간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오후 6시 30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과를 들고 문 대통령을 독대했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올린 징계제청안을 최종 재가했다. 징계위 의결 14시간 만이다. 약 70분간 대통령을 독대한 추미애 장관은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한 사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 이틀 뒤인 12월 18일엔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열린다. 인사청문회까지 감안하면 늦어도 1월 10일까지는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다. 이로써 추·윤 전쟁은 막을 내리는 걸까. 그럴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주간경향 1408호, ‘추·윤 갈등 승자는 문재인 정부일까’ 기사 참조) 기사에서는 2개월 직무 정지가 결정된 같은 날 저녁 윤 당시 총장이 거주하던 아크로비스타 지하 식당에서 추 장관 편에 섰다 돌아선 조남관 차장검사 및 후배 검사들과 회식을 가지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날의 역사적 평가는 정치무대에서 사건관련자들이 다 퇴장한 이후, 그러니까 최소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마치고 퇴임한 이후에야 어느 정도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두 번째 자진 출석이 무산되자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조태형 기자



이낙연 측 “대통령에 건의한 적 없다”

추 전 장관의 퇴임이 자의가 아니었다는 것은 당시 기자가 취재한 청와대 고위인사의 발언에서도 ‘암시’된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추미애는 자기가 검찰개혁 인사는 다 하고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사의 표명은 함축적 의미를 가졌다고 봐야 한다. 추가 안 물러나면 윤을 설득할 수 없다고 했을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라는 문구로 마무리되는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올렸다. 결국 자신이 옥쇄(玉碎)할 수밖에 없다는 심정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추·윤 갈등은 추미애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윤석열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퇴한 뒤 정치의 길로 나섰다.

추 전 장관이 꺼낸 그 날의 진실은 대체적으로 사실로 보인다. 기자의 당시 취재 내용과도 부합한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남는다. 지난 대선 경선을 비롯, 밝힐 기회가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하필이면 왜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그 사실을 공개한 걸까. 앞서 오연호 대표와 대담에서 추 전 장관이 한 발언 중 주목되는 건 ‘중간 농간’이라는 말과 대통령 독대 후 다른 분과 상의했냐는 질문에 “이 사태를 수습할 사람을 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중 한 분과 상의했다”는 대답이다. “이씨?”라는 오 대표의 말에 추 전 장관은 웃으며 말을 아낀다. 전후 맥락상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고 ‘이씨’는 당시 당대표를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로 보인다. 이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추 전 장관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로 거론했다는 ‘당으로부터의 요구’의 주체가 이 대표였고, 그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났다는 뜻이 된다.

“당에서 그런 것(추·윤 갈등)을 부담스러워한 것은 맞지만, 건의한 바는 없다.” 남평오 연대와공생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이낙연 총리 시절 총리실 민정실장을 역임한 남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거론된다. “이낙연 전 대표는 총리 재임 시절이나 당대표 기간에 인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없다. 단지 총리 시절 딱 한 번, 조국 사태가 크게 터졌을 때 2019년 10월 3일 조국 퇴임은 건의했다고 대선 기간 때 밝힌 바 있다. 추미애 해임도 건의했냐고 경선과정에서 패널로 나온 김해영 전 의원이 물었는데 ‘건의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결국 진실게임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 전 장관에게 왜 물러나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당으로부터의 요구’, 즉 “재보궐을 치러야 하니 검찰 이슈가 퇴장해야 한다”는 언급의 주체가 이낙연 전 대표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오마이뉴스TV 인터뷰를 필두로 추 전 장관은 여러 매체에 출연했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을 하기 전, 추 전 장관은 4선 의원과 민주당 당대표를 역임한 정치인이다. 4선은 모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빈 광진을 지역구는 같은 당 초선 고민정 의원이 나서 당선됐다. 고 의원과 추 전 장관은 아파트 한 동 건너 거주하는 ‘이웃사촌’이다. 결국 총선 공천을 앞두고 권토중래(捲土重來)가 추 전 장관의 목적인 걸까.

내년 총선 출마 염두에 둔 정치행보?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추미애 캠프 핵심인사들과 통화해봤다. 당시 공보담당을 맡았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광진을 경선은커녕 출마 여부도 결정된 게 없다. 추 장관이 굳이 왜 지금 이 시기에 과거의 일을 꺼냈냐고 하셨는데 윤석열 정권이 왜 탄생하게 됐는지 과정과 배경을 밝히고 알리는 것에 시효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낙연이나 노영민 등 관련된 분들 이야기를 꺼낸 것도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적으로 소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개혁과제를 못 이뤄낸 후과 정리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또 다른 핵심인사 B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치 복귀를 위한 폭로라는 식으로 말들 하는데 선출직 정치인이 선거에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본인 스스로는 내년 총선에 나간다, 안 나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광진을에서 고민정 의원과 싸울 거냐고 하는데 적어도 내가 아는 추미애 장관은 그렇게 출마 안 한다. 하더라도 강남 험지나 영남 같은 곳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사견이다.”

귀국 후 7월 5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봉하 노무현 대통령 묘소 방문에 이어 평산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방문해 사저 아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 이낙연 페이스북



민주당 당대표 출신으로 ‘입방아’에 오르는 정치인은 또 있다. 송영길 전 대표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 자진 출두가 좌절된 뒤 송 전 대표 역시 라디오 시사방송·진보성향 유튜브 등에 적극 출연하고 있다. 자신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사건을 윤석열 검찰정권의 정치기획·조작 수사로 규정한 송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한가하게 책방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싸워야 한다”(6월 29일 뉴미디어매체 합동 기자회견)라고 발언했다. 7월 4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송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촛불이 증거 조작까지 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벌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라며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은 태블릿PC 증거조작에 대한 해명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도망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튜브에 출연한 송 전 대표는 “그동안 언론인 변희재씨의 ‘태블릿PC 조작설’ 주장을 담은 책들을 밑줄을 쳐가며 읽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좌·우 합작 집회에 플래카드를 들고 선두에 서기도 했다.

‘태블릿PC 조작’ 주장 동조 나선 송영길

이해 가지 않는 대목은 송 전 대표가 왜 이런 행보를 하느냐는 점이다. 추 전 장관의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 있지만,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사건을 놓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정치적 실익을 찾기도 힘들다. 2016년부터 윤석열·한동훈 등 검찰의 태블릿PC 조작을 주장해온 변희재·미디어워치 측은 송 전 대표의 ‘합류’를 반겼다. “송 전 대표가 집회에 참석해 우리에게 말하길, 태블릿PC와 관련된 변 대표의 책을 모두 세 권 읽었다, 세 번씩 읽었다고 하니 모두 아홉 번을 읽은 셈이다. 그러고 나서 이건 합리적 의혹이라고 밝혔다. 본인 사건(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무죄를 받고 (변희재 측이)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소송대리인을 맡겠다고도 말했다. 국회의원 이전에 변호사니까.” 태블릿PC 조작을 주장하다 변희재 대표와 같이 감옥에 다녀온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의 말이다. 7월 12일 통화에서 그가 한 주장이다. “선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범죄자들, 검사들이 증거 조작해 자기들이 대통령까지 해먹을 수 있도록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했다. 좌파들도 검사들의 조작을 인정하면 박근혜 탄핵의 정당성이 훼손될까봐 인정하기를 주저하지만, 좌파든 우파든 반역사범이 국가권력을 탈취했다는 점이 사건의 본질이다. 최순실이나 정윤회가 국정농단을 했냐는 나중 이야기이고, 윤석열·한동훈 등 검사독재세력의 조작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송 전 대표는 자신 역시 이 검찰조작정권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나와 사상은 안 맞지만 ‘타워팰리스에 사는 그들(한동훈 등)’이 24평 전세에 살아온 자신을 비리 주범으로 모는 것이 분해 밤에 잠이 안 온다’는 말은 와닿았다.”

반면 추미애·송영길 두 전 대표의 ‘튀는 행보’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냉랭하다. 송현석 넥스트브릿지 운영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추 전 장관의 선택과 관련 “정치인으로서 전략적으로 판을 고민할 때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문인사로 분류되는 광진을의 고민정과 각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강남 3구나 용산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남 3구나 용산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많았던 지역이다. 실제 강남 정서를 보면 문이 싫어 윤을 찍었는데 윤이 하는 것을 보면 쇼킹하게 비상식적이다는 여론이 높다. 이런 구도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자신이 팽 당했고, 그 결과 윤석열 집권으로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비상식적인 통치가 시작됐다는 주장이 들어설 공간이 생긴 셈이다. ‘나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통을 받았고, 또한 윤석열과 견결히 싸운 사람이다’는 원하든 원치 않았든 양비론에 서 있는 사람들을 피해자인 자기 쪽으로 끌어올 수 있는 워딩이다.” 그는 송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정치인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든, 자유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다”면서도 “민주당 입장에서 변희재와 함께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지, 돈봉투 의혹으로 실추된 정치품격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추미애의 정치경력을 보면 지금의 행보가 이해가는 반면, 송영길이 왜 그러는지 속내는 나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두 사람의 목표는 결국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치행보를 보면 좋게 말해 추미애는 자기 주의나 주장이 강한 사람이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괜히 붙었겠나. 장관에 당대표까지 했으니 지금 꿈꾸는 것은 여성 대통령이다. 그 자리에 가려면 잊히지 않아야 하고, 주목받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과거 총선 때도 항상 그 패턴을 보여왔다. 송영길은 과거 ‘386맏형’으로 불리다가 현재 위상은 애매해졌다. 인천시장 후 서울시장·대선 도전에 나섰는데, 아직 그 꿈을 계속해서 꾸는 듯하다.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지지 강성팬덤을 겨냥해 방향타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지난 2021년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송영길 대표,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경선 후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리더십 실종 표류하는 민주당

궁금한 건 이런 두 전 당대표의 ‘돌출행동’을 통제할 리더십이 민주당에 있냐는 점이다. 7월 6일 서복경 민주당 혁신위원회 위원은 “송 전 대표님, 검찰하고 싸움은 법정에서 하시라”며 송영길 전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신당을 거론한 이상민 의원과 일본 골프여행 문자메시지 논란을 일으킨 김영주 국회부의장도 함께 실명으로 거론하며 비판했지만 송 전 대표는 명시적인 수용 의사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7월 12일 혁신위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비판에서 추미애는 왜 빠졌나”라는 질문에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추미애) 본인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것이며,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게 정상”이라며 에둘러 비판을 피했다. 서복경 위원도 “(추 장관의 주장) 자체가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는데, 잣대를 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내부적으로 평가할 부분은 있지만, 국민 관점에서는 어쨌든 정권을 넘겨준 책임은 있고 잘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전 대표의 주장은 결국 지난 대선 패배와 정권 재창출 실패의 책임을 두고 경선에서 ‘친문’을 대리한 이낙연 전 총리를 넘어 윤석열이라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중용한 문재인 대통령 자신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일부 친명 강성팬덤을 의식해 나온 발언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추미애의 인터뷰가 때마침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6월 26일) 이후 정치재개 행보와 맞물려 이뤄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친명 성향의 강성 팬덤 쪽에서는 지금도 대선 패배는 이재명 후보가 못해서가 아니라 경선과정에서 이낙연 쪽에서 대장동 의혹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낙연을 용서 못 하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윤 갈등 국면에서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한 것 역시 윤석열을 순진하게 믿었거나, 윤석열의 정치적 의도를 알았더라도 자신의 안위로 시야를 좁혀 참모들 뒤에 숨는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강성팬덤 사이에서 슬슬 나오던 상황이었다. 추미애의 증언이나 송영길의 비판은 그런 팬덤의 불만을 끄집어낸 것이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실 여부와 별도로 정치적 효과는 민주당에 유리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는 민주당 강성지지층에게는 추 장관의 발언이 의미 있을지 모르지만, 내분으로 비칠 중도층에게는 그리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강성지지층에게는 긍정적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온건지지층에게는 민주당에 대한 반감만 강화시켜, 결국 내년 총선 구도에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김 교수는 태블릿PC 조작설을 지지하고 나선 송영길 전 대표의 선택과 관련해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변희재 등의 그룹에는 의미가 있겠지만, 사실상 어떤 측면에서 2016년과 2017년 촛불시민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라고 덧붙였다. “촛불 당시 국민이 시위에 나선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의 국정농단이다. 결국 이것은 국정농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돼서 촛불시위를 지지했던 시민이나 국민 다수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당혹감·반감만 불러일으키는 행위 아닐까.”

그는 “지난 대선이 정치 양극화·탈진실 시대에 치러진 첫 대선이었다면 내년 총선 역시 완전히 정치 양극화가 구조화된 ‘ ‘포스트트루스(post-truth·탈진실)’ 시대에 치러지는 첫 총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 가짜뉴스라는 비판에 ‘대안적 진실’이라고 반박했던 것처럼 자기 마음속 신념이 중요한 것이지 진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치도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정치문법과 정치행위 문화가 대두한 셈이고, 송영길·추미애의 행보 역시 그 틀로 볼 수 있다. 역시 조국 전 장관이 내년 총선에 만약 출마한다면 지금까지의 정치문법이나 재생산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뜻한다. 이건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보통 집권당이라면 국민통합을 중시하고 포용적 정치를 시도하는데 마찬가지로 완전히 갈라치기로 나선다. 여야 모두 갈라치기와 핵심지지층, 강성지지층에 호소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이런 정치가 총선에 어떻게 반영될지 예측은 쉽지 않다. 결국 지역에서 승부가 날 텐데,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나도 궁금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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