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법정 출석...반성문엔 ‘판사가 이걸 정말 읽을까’ 의심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해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이 14일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정유정이 최근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에는 판사가 반성문을 정말 읽을 지에 대한 의심이 담겨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으나 정유정은 이날 초록색 수의을 입고 안경을 낀 채 변호인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다. 수의에는 보통 강력범이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관찰 수용 대상자에게 달리는 노란 명찰이 달려있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정유정은 고개를 숙인 채 재판에 참여했다. 생년월일과 주소를 확인하는 판사의 물음에는 “네”라고 답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유정은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고 반대편에 앉은 검사 얼굴을 계속 주시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41분 중학생 행세를 하며 피해자 집에 찾아가 110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문 감식을 피하려고 시신을 훼손한 뒤 낙동강 인근에 시신 일부를 유기한 혐의도 있다.
정유정은 범행 전 피해자에게 “사실은 25살”이라며 “자살하고 싶은데 혼자 죽기는 너무 억울해 같이 죽을 사람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놀란 피해자가 도망가려 하자 “장난이다”라며 안심시켰고, 가방 안에서 흉기를 꺼내 살해했다.
검찰 조사 결과 정유정은 함께 살던 할아버지와의 갈등을 계기로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범행 전에는 부친과 2시간 정도 통화하며 자신의 불우한 가정환경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부친으로부터 ‘다른 가족들 입장도 한번 생각해봐라. 너도 잘못한 점이 있다’고 답을 듣고 살인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유정은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정유정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정유정은 지난 7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 반성문에 가정 불화와 학창 시절 얘기 등을 상세하게 썼으며, 판사가 정말 반성문을 읽어볼지에 대한 의심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는 “반성문의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던데 반성문을 제출하면 구체적으로 다 읽는다”며 “피고인이 써낼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 써서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가 반성문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답했다. 정유정은 재판이 끝난 뒤 판사석을 향해 인사하고 퇴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1일 오전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은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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