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왜 AI를 두려워 할까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배우조합) 소속 배우들이 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프랜 드레서 배우조합 회장은 13일(현지시간) 파업 결정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 일어나 맞서지 않으면 우리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 기계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AI에 의한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등을 통해 이미지가 무단으로 도용당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배우조합 수석협상가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에 따르면 전날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이 내놓은 협상안은 이 같은 배우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크랩트리-아일랜드는 “그들은 엑스트라 출연자들의 이미지를 스캔한 다음 하루치 일당에 해당하는 돈만 지급하고 소유권을 확보해 자신들이 원하면 언제든 동의나 보상 없이 사용하는 방안을 ‘획기적 제안’이라며 내놨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배우는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에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훔쳐가는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AI가 배우들의 신체와 연기를 대체함으로써 배우라는 직업이 폐기처분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개봉한 <인디아나존스> 5편에 등장하는 해리슨 포드의 젊은 시절 얼굴은 AI로 만들어진 것이다.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2019년 영화 <아이리쉬맨>에 등장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 노배우들의 젊은 시절 열굴도 AI로 구현됐다. 지난해에는 실어증으로 은퇴한 브루스 윌리스를 AI로 합성한 광고가 배우 측과의 합의도 없이 제작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디언은 “제작사들이 톰 행크스가 출연에 동의하지 않은 영화를 딥페이크로 만들 수 있는 장비를 갖추게 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업계 전체를 뒤집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가 본격적으로 활용될 경우 배우들 이외에 특수분장이나 시각효과 전문가 등 영화계의 다른 전문직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I로 음성을 복제하는 딥보이스 기술은 성우들의 존재도 위태롭게 한다. 딥페이크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하니 파리드 교수는 “음성 복제는 이제 (기술적으로) 끝난 문제”라고 IT 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말했다.
할리우드 작가들이 지난 5월2일부터 70일 넘게 파업을 지속 중인 배경에도 AI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나마 배우들은 퍼블리시티권으로 자신들의 이미지가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지만, 작가는 퍼블리시티권에 의존할 수도 없다. 기존 작가들이 써놓은 수백개의 스크립트를 학습한 AI가 다음 속편을 순식간에 써내도 작가들은 AI에 활용된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작가들은 AI가 작가들의 이전 작품을 활용해 원고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할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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