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메이플 6차 전직, 유저들이 지쳐간다
"메이플스토리 재획 부담 줄었어요"
불과 지난주까지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6차 전직을 기다리며 했던 말이다. 메이플 최초 200레벨을 달성한 '타락파워전사'가 활동하던 시절부터 진득한 사냥은 '메이플다움' 그 자체였지만, 현재는 신규 유저 유입을 가로막는 허들로 전락했다.
더욱이 과거에 비해 숙제 콘텐츠가 훨씬 많아졌다. 사냥에 할애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었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여름 업데이트 뉴에이지를 발표하면서 6차 전직까지 레벨업 경험치 부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200부터 260레벨까지 필요 경험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레벨업 소요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파격적인 일일 퀘스트 및 몬스터파크 경험치 상향까지 함께 제공했다. 사냥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레벨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사냥이 강제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 된 것이다. 유저들은 일제히 환영했고, 6차 전직 오픈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13일 막상 6차 전직 뚜껑을 열어보니 일장춘몽이었다. 현실은 다시금 무한 사냥, 강제 재획의 시대로 돌아갔다.
■ 6차 전직하려면 쉬지 않고 8시간 사냥해야 한다
6차 전직의 필요한 경험치 요구량은 총 4500억이다. 전직 시 '아케인스톤'이라는 아이템 1개 당 500억을 채워야 하는데, 이를 총 9번 반복해야 한다. 이제 막 하이퍼버닝으로 260레벨을 찍은 신규 유저에게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4500억은 251레벨업 경험치 요구량인 4557억과 맞먹는 수치다. 오디움, 도원경 이상에서 사냥하는 고인물에게는 1재획(2시간)이면 끝나는 수준이다. 하지만 신규 유저들은 다르다. 어센틱 심볼 등의 이유로 대부분 리멘에서 경험치를 수급해야 한다.
아케인리버와 그란디스 지역의 경험치 차이는 엄청나다. 아케인리버에서 가장 많은 경험치를 주는 263레벨 몬스터 '앰브리온'이 72만의 경험치인데 반해, 그란디스에서 가장 적은 경험치를 주는 260레벨 '괴물 갈매기'가 172만을 준다.
이를 마릿수로 비교해보자. 아케인스톤 1개(500억)를 채우는데 앰브리온은 6만 9445마리, 괴물 갈매기는 2만 9069마리다. 경험치 도핑을 모두 했을 때 기준으로도 리멘은 약 50~60분, 세르니움은 20~30분 정도 걸린다.
아케인스톤 한 개를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니 리멘에서 9개를 모두 채운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8시간 가까히 소요된다. 8시간을 쉬지 않고 사냥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루 3시간 정도 사냥하는 평범한 유저 기준으로 2박 3일간의 여정인 셈이다. 하이퍼버닝으로 돌아온 유저들에게는 높은 벽이다.
■ 사냥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다
사냥 시간 반, 자리 찾는 시간 반이다. 가뜩이나 인기 사냥터는 비수기 기간에도 유저들로 가득 차는데, 260레벨 이상의 모든 유저가 6차 전직을 위해 사냥을 하니 당연한 결과다. 6차 전직 후 유저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비인기 사냥터까지 인산인해다.
이는 메이플스토리의 자리 문화와 맞물려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메이플은 사냥터 하나 당 유저 1명이 사용하는 암묵적 약속이 있다. 사용하던 사냥터를 떠나면 그 자리는 새로 온 유저에게 권리가 넘어가게 된다.
6차 전직은 아케인스톤 1개의 경험치를 모두 모았으면, 새로운 스톤과 스토리 진행을 위해 사냥터를 떠나야 한다. 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다. 수많은 유저가 몰리며 새로운 아케인스톤을 가져와서 다시 사냥을 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 사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니온 10124, 6차 전직 캐릭터만 7개에 달하는 스트리머 '노력왕먼치'는 개인방송에서 "사람들이 싫어할 방식인 것을 뻔히 알면서 왜 6차 전직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한 번에 4500억 모으는 거면 그러려니 할텐데,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자리 뺏기니까 화만 난다"라고 비판했다.
사람 많은 대도시 서버는 채널 이동까지 원활하지 않았다. 피크타임인 오후 10시 엘리시움 기준 39개 채널 중 9개는 채널 이동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혼잡했다. 해당 채널 사냥터에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확인 불가능한 것이다.
기자의 경우 세르니움에서 6차 스톤 3개를 모으는 동안 자리 찾는 데 30분 이상 걸렸다. 길드원이 다 사용한 사냥터를 넘겨주지 않았다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억지로 재획과 채널이동까지 반복하고 있으니 강제 노역과 다를 바 없었다.
■ 스킬 강화를 위해 다시 강제되는 사냥
우여곡절 끝에 6차 전직을 완료했어도 재획은 계속된다. 6차 전직 후 주어지는 스킬은 '오리진 스킬' 하나뿐이다. 스킬 강화 및 강화 코어와 마스터리 코어를 획득하기 위해 솔 에르다 조각과 기운을 얻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솔 에르다를 파밍하기 위해서는 사냥, 혹은 스우(하드) 이상의 보스를 격파해야 한다. 조각은 어찌저찌 경매장에서 산다고 해도, 사냥과 보스돌이를 하지 않으면 결국 솔 에르다가 부족해서 스킬을 강화할 수 없다.
라이브 서버 실험 결과 아이템 드롭률 200% 장비를 장착한 캐릭터 기준 1시간에 기운 1200개, 조각 24개 정도를 얻는다. 이를 평균치라고 가정하면 대략 1재획에 2개의 솔 에르다 완제품을 얻을 수 있다.
오리진 스킬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당장의 체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정말 6차 전직 성공한 기분이 드는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 전직 후 모든 스킬을 얻기까지 6시간 이상의 사냥 행군을 감내해야 한다. 유저들이 '콘텐츠 늦추기'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확률에 의존하는 헥사 스탯 강화도 유저 반응이 부정적이다. 헥사 스탯은 최대 20회의 기회로 정해진 확률에 따라서 선택한 3개의 스탯 중 하나가 랜덤하게 상승하도록 만들어졌다. 로스트아크의 '돌깎기'와 유사한 구조다. 원하는 스탯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1000만 메소씩 사용해야 한다.
메소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사냥이던, 보스던 어떤 생산 활동을 해야만 얻을 수 있다. 메소마켓을 통해 사는 것이 아니라면 메소를 벌기 위해 끊임없이 사냥을 계속해야 한다. 6차 전직 이후 끊임없이 재획을 마셔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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