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에, 주택 무너지고, 도로는 통제되고…장맛비에 전국 피해 속출
전국 곳곳에 전날에 이어 14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홍수경보 6건, 홍수주의보 7건이 발효됐다. 이로 인해 전국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주거지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산사태와 홍수에 의한 피해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전국에서 폭우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사망 2명, 실종 1명, 부상 4명이다.
특히 이날 산사태로 사상자가 발생했다. 오후 4시2분쯤 호우특보가 내린 충남 논산에서 논산시립양지추모원 산사태로 방문객 4명이 매몰됐다 구조됐으나 2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나머지 1명은 중상, 1명은 경상으로 알려졌다. 논산에는 전날부터 254㎜ 비가 내렸다.
다른 부상자 2명은 전남과 부산에서 각각 도로 토사가 무너지면서 다쳤다. 실종자 1명은 지난 11일 부산 학장천 주변에서 실종된 68세 여성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대전 원촌교), 경북 문경 김용리, 충북 괴산 목도교, 전북 완주 삼례교, 충남 논산대교, 대전 만년교 등 6곳에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충남 예산대교, 충북 청주 흥덕교, 광주광역시 장록교, 전북 전주 미산교, 전북 임실 일중리, 전남 장성 제2황룡교, 전북 정읍 초강리 등 7곳에는 홍수주의보가 발효됐다.
산림청은 전날 밤 서울·인천·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경북 지역에 가장 높은 산사태 위기 경보인 ‘심각’으로 상향한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 대전·광주·전남도 같은 조처를 했다.
폭우로 대피한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9개 시·도, 33개 시·군·구에서 216명(118가구)이다. 서울이 78명(38가구)으로 가장 많다.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축대가 무너져 인근 20가구 46명이 대피했다.
열차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후 6시 15분부터 호남선 서대전역~익산역을 지나는 일반 열차 운행을 중지하고 일반선으로 운행하는 KTX 열차를 호남고속선으로 우회 수송하고 있다. 해당 조치는 15일 마지막 열차까지 적용된다. 코레일 관계자는 “논산역 인근 아호천교 수위가 상승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15일 첫 열차부터 마지막 열차까지 영동·태백선을 이용하는 열차 운행은 정지하기로 했다. 충북선 제천~충주 구간 열차 운행이 중지되며, 경전선 일부 열차 운행도 조정하기로 했다. 산사태와 낙석 피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밤새 강한 빗줄기가 이어져 전날부터 이날 오후 6시30분까지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162.5㎜(종로구 송월동 기준)에 이른다. 이로 인해 시내 27개 하천 출입은 전부 통제됐다.
한강 수위가 높아져 이날 새벽부터 양재천로 영동1교 하부도로와 양재천교 하부도로(양방향), 잠수교 전 구간(양방향)은 통제된 상태다. 동부간선도로, 불광천길 증산교앞∼중동교 하부도로, 서부간선도로 철산대교 하부(양방향)도 오전 한때 통제됐다.
비와 함께 강한 바람이 불면서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0시1분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강풍으로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고압선을 끊어 인근 2000가구가 넘는 거주지에 전기 공급이 한때 중단됐다.
이틀간 누적 강수량이 최고 217㎜(남양주 창현)을 기록한 경기도 역시 도로·주택 침수, 붕괴 사고가 26건 접수됐다. 이날 새벽 파주시 운정동에서는 가로수가 주택 지붕 위로 쓰러져 주민 1명이 마을회관으로 일시 대피했다. 오전 4시30분에는 남양주 수동면 한 주택의 석축이 붕괴했다.
경기 지역 하천변 출입구 3721곳과 둔치주차장 40곳, 잠수교·소교량 205곳, 급경사 붕괴 우려 지역 53곳, 산사태 우려 지역 129곳 등이 접근 제한됐다.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서울역 방향 구간으로 전기가 끊겨 열차 5대 운행이 5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호남 지역도 이날 정전 사고와 주택 붕괴 등이 이어졌다.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는 주택 안방 천장이, 전남 영광읍 주택 담장이 무너졌다. 부안·고창·군산 지역 주택 5채는 물에 잠겼다. 광산구 송정1동·신흥동 일대는 전기와 통신망이 1시간 가량 끊어져 945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전남 황룡강, 전북 섬진강, 만경강 유역 전주시 미산교 등에는 갑자기 불어난 물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군산과 부안 지역 여객선 5개 항로 운항도 모두 끊겼다.
강과 하천의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홍수주의보도 내려졌다. 전남 장성군과 광주 광산구를 잇는 황룡강 구간과 전북 임실군 섬진강, 동진강 유역인 정읍시 정우면 초강리, 만경강 유역인 전주시 미산교에는 홍수주의보가 각각 발령됐다.
이틀간 최대 120㎜ 폭우가 쏟아진 충북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25건에 달했다. 청주 무심천 등 하상도로 2곳과 둔치주차장 14곳, 세월교 2곳, 일반도로 5곳, 산책로 30곳은 출입이 통제했다.
농경지 피해도 있었다. 전국에서 침수와 낙과로 245.2ha 농작물이 유실됐다. 논산에서는 불어 난 하천물에 비닐하우스 50동이 잠겼고, 논 40ha가 침수됐다. 논산천 논산대교 지점에는 홍수경보가 내렸다. 대전 갑천 만년교 역시 홍수주의보가 내렸다.
연일 이어진 장맛비로 낙동강 수계 최대 규모인 안동댐의 담수율이 60%를 넘어서면서 안동댐 수문도 개방된다. 안동댐 방류는 2020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오후 1시 안동댐 담수율을 61.7%다.
중대본은 15일까지 중부권을 중심으로 산사태와 홍수에 의한 피해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긴급지시사항을 전파했다. 토양 함수비 증가로 인한 지반 약화로 도로 비탈면 및 급경사지 붕괴, 산지 토사유출, 낙석 등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산사태 취약지역 외에도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사전통제와 사전대피를 철저히 실시해달라 등의 내용이다.
한창섭 중대본부장(행정안전부 차관)은 “전국적으로 옹벽·축대 붕괴, 사면붕괴, 토사유출, 산사태 등 지반약화로 인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위험지역 접근은 절대 금지해달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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