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외교전…美블링컨 “미중관계 건설적으로”·中왕이 “이분법적 사고 반대”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언급한 왕이…“日비난 목적 아냐” 상황관리도
아세안 계기 동아시아 외교장관 회의 이모저모
[헤럴드경제(자카르타)=최은지 기자]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모인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미중 갈등 상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이 화두에 올랐다.
아세안 국가들은 자신들과 같은 작은 나라들은 미중 관계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중 관계를 계속해서 건설적으로 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은 ‘냉전시대와 같은 이분법적인 사고에 반대한다’는 원칙론을 밝혔다.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 이틀째인 14일(현지시간) 오전 샹그릴라 자카르타 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EAS) 외교장관 회의에는 한국과 미중일러를 포함해 20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역내 전략적, 정치적 현안에 대해 다루는 EAS 회의에서는 역내 화두인 국제 문제에 대해 각국의 솔직한 입장이 쏟아졌다. 20개국이 4분씩 현안에 대해 발언한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다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양자 간 현안인 미중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양자회담 과정에서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일방적인 현상변경에 대해 반대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여타 국가가 제기하지 않았지만 먼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와 관련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국민뿐만 아니라 해류로 영향을 받는 지역 국가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모든 국제기구 절차를 따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철저한 검증 절차를 밟을 것임을 약속했다.
또한 하야시 외무상은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강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중국을 에둘러 겨냥하기도 했다.
왕 위원은 보호주의와 디커플링,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박진 외교부 장관을 포함해 여러 국가들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전이 중요하다며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기반한 항행과 상공이 자유를 강조한 것을 의식하며 ‘항행의 자유가 중요하다면서 자유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언급한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만의 독립이 대만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응수했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중국의 사고방식은 다른 국가와 다르다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다만 왕 위원이 오염수 방출 문제와 관련해 예상보다 수위를 조절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평가가 아세안 회의 참석국들 사이에서 나왔다. 왕 위원은 13일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관련해 언급하면서도 “중국이 후쿠시마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일본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 국민 건강을 위한 선의”라는 취지로 중국의 의도를 설명했고 전해진다.
아울러 왕 위원은 하야시 외무상의 ‘경제적 강압’ 발언을 의식하며 사실상 중국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국들은 러시아를 향한 규탄을 쏟아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며, 우크라이나 내 인도적 위기와 전 세계적 경제 회복 둔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자 국가주권,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 존중이라는 국제질서의 근본 원칙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비판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개념이 사실상 대서양 지역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통해 미국이 주도한 일종의 ’블록화‘에 대한 아태 버전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헌장을 언급하며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강조하는 서방 국가들이 정작 자신들의 마음대로 기준이나 규칙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측은 1차대전을 언급하며 외교적 대화의 기회를 놓쳐 전쟁이 발발했다며, 러시아를 특정해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외교와 대화로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보기만 해도 화가 나 심장박동수가 올라가는 관계도 만나면 만날수록 심장박동수가 떨어질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로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미국을 비롯해 아세안 국가들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필리핀 등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다수의 국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규탄”, “깊은 우려(grave concern)”를 나타내고, 미사일 도발이 다수의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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