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도매시장 위축…물류기지화로 생존해야”

이민우 2023. 7. 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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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유통학회는 13~14일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에서 ‘2023년 하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13일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지정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부가 올 11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을 예고하고 유통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도매시장은 시장간 연계 강화, 물류기지로의 전환 등을 통해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13일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에서 열린 ‘디지털시대 농식품 거래활성화 방안 모색 심포지움’에서 나왔다. 이번 심포지움은 한국식품유통학회가 개최한 ‘2023년 하계학술대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농산물 디지털 전환으로 직거래 증가 전망…도매시장 물류기능, 시장간 연계 강화해야=

이날 ‘도매시장 디지털화를 통한 도매유통 기능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도매시장이 전체 청과물 유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4%로, 아직까지는 도매시장이 주류 유통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하지만 산지와 소비지 직거래가 증가하는 등 도매 유통체계의 중장기적 변화가 전망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농협의 농산물 판매처 중 도매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에는 77.3%를 차지했으나, 2021년에는 43.7%로 감소했다. 농협의 이탈 물량은 대부분 대형 유통업체 등 소비지 직거래를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실제 농협의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농산물 판매 비중은 2003년 10.4%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39.6%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는 “이같은 결과는 조합공동사업법인 확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따른 변화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앞으로도 농산물의 도매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으로 농산물 직거래 경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마켓컬리 등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매입한 뒤 재가공을 거쳐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이 등장하는 등 신선농산물 분야에서 온라인 거래가 팽창하고 있다”며 “기존 대형 유통업체의 직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한편 온라인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면서 도매유통이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정부의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등장이 민간부문의 농산물 온라인 B2B(기업간 거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농산물 B2B 사업은 물류기능 조성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가 플랫폼을 만들면 민간에서도 대형 소매업체를 중심으로 한 산지 직거래 규모화 등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 속에서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은 물류 기지화와 시장간 연계 등을 통해 진화해나가야 한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구상이다. 그는 “일본의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초점은 물류시설 확충과 첨단화에 집중돼 있다”며 “한국도 소비지 중심에 위치한 도매시장 부지와 시설을 소분 포장, 1차 가공처리, 저장 등이 가능한 곳으로 바꾸는 등으로 현대화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도매시장간 연계 물류체계 구축과 고착화한 전송거래를 효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전송거래는 거래규모, 구색 정도, 중도매인 선호 등에 따라 발생하는 불가피한 거래 현상”이라며 “이를 전자송품장, 예약출하시스템을 활용해 연계하면 도매시장 거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매제도 문제점 해소를 위해 예약경매제, 경매단위 규모화 등 제도를 보완하고,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기 위해 중도매인 대형화·전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도매시장 농산물 유통의 게임 체인저 될 것”=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도매시장의 파급력에 대한 다양한 관측도 제기됐다.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전무는 “현재 32개 공영도매시장은 유통 권역에 따라 별개의 시장을 형성해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권역인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거래한 물건이 기존 도매시장에 유입될 경우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미지수인 상황이라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정부 온라인 도매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 체계를 변화시키는 강한 정책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온라인 도매시장 도입 전 기존 도매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산지 조직화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온라인 도매시장이 도입된다고 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 시장 참여자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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