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 무산 후폭풍···자중지란에 빠진 당, 방관하는 지도부

김윤나영 기자 2023. 7. 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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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31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당 차원 논의 없어 우리라도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원회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의 당론 채택 실패 후 자중지란에 빠졌다. 혁신안에 대한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당 전체가 또다시 방탄 프레임에 빠진 모양새가 됐지만 이재명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방관이 길어질수록 김은경 혁신위가 힘을 잃고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병원·김종민·박용진·이원욱 등 민주당 의원 31명은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가 불발된 이튿날인 14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는 실명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불체포 권리를 내려놓기 위한 실천으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구명 활동을 하지 않고 본회의 신상 발언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최대 의견그룹 ‘더좋은미래’도 이날 성명에서 “국민께 한 약속의 중요성을 인식해 불체포특권 포기 의원총회 결의를 촉구한다”며 “‘방탄을 위한 회기는 소집하지 않는다’ ‘당사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임한다’는 등 실질적 행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나선 이유는 당 지도부가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논의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가 지난달 23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했지만 지난달 30일과 지난 5일 의원총회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31명은 “1호 혁신안에 대해 당 차원에서 추가적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치고 있어 저희 의원들이라도 나서게 됐다”며 “앞으로 당 차원에서 당 전체 의원의 총의가 모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에 책임 있게 혁신안을 실천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1호 혁신안의 적용 범위를 ‘정당한 영장’으로 제한해 의총 추인을 시도했으나 그마저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혁신위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제적으로 선언했다. 이 대표는 당시 “소환한다면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상실질심사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시 선언으로 혁신위 출범 직전에 방탄 논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정작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 범위를 확대하자는 혁신안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왔다. 혁신위가 1호 혁신안을 요구한 지 엿새 뒤인 지난달 26일 권칠승 수석대변인을 통해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고 답한 게 전부다. 이마저 “체포동의안 당론 가결”을 요구한 1호 혁신안과는 거리가 있다. 이 대표는 혁신위가 제안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2호 혁신안인 ‘꼼수 탈당 방지책’에 대해서도 언급을 꺼리고 있다.

민주당이 혁신안 1호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 지도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김종민 의원은 “불체포특권이 개인 비리를 막는 데 남용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민심에 반응하지 않으면 어떻게 제대로 된 정치인가”며 “혁신안을 안 받을 거면 혁신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1호 혁신안이 안 되면 ‘민주당이 개혁한다고 해서 되는 게 있냐’는 국민 질타로 당 지도부도 흔들리게 된다”며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당론으로 서약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수 의원의 뜻을 모아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은 “윤석열 검찰에 날개를 달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중진 의원은 “검찰은 회기 중이 아닐 때 의원들을 잡아가면 되는데 왜 꼭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을 내나”라며 “그렇게 구속이 시급하다면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윤관석, 이성만, 이재명, 노웅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왜 비회기 중에 재청구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임시회를 소집하지 않고 일정 정도 비회기 기간을 두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당이 방탄 논란에서 벗어날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그런 결심을 하고 의사를 표명해준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처음부터 기다린다고 했으니 (다른 의원들의 포기 선언도) 끝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광명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같은 시절에 검찰 권력의 엄중함, 부당함에 대해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며 “오늘부터 내려놓기가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혁신위가 밝게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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