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는 규칙은 '시장'밖에 없다"
존 맥밀런 (1951~2007)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실현 가능한 규칙은 '시장'이다.
'시장'이라는 규칙은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생존, 안녕, 존속, 유희, 명예 등이 포함된 인간의 욕망은 인간의 본질적 요소다. 하지만 허울 좋은 대부분의 규칙은 이 본질을 부정한다. 그러다 보니 공염불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모차르트를 천재로 기억한다. 그가 왜 천재일까. 당연히 음악도 뛰어났다. 하지만 또 하나, 모차르트는 최초로 시장을 이해한 음악가였다.
18세기까지 예술가의 생계는 귀족에게 달려 있었다. 왕족이나 귀족의 후원만이 유일한 수입이었기 때문에 예술가가 작품에 자기의 혼을 담는 건 불가능했다. 모차르트는 유럽 최초로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시장을 직접 상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출판업자에게 자신의 악보를 팔았고, 대중연주회에서 작품이 연주되면 저작권료도 받아냈다.
시장은 이제 현대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다. 시장은 정치인이나 경제학자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보다 많은 것을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신의 교환가치를 극대화하고 싶은 자존심이 만나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이다. 스탠퍼드경영대학원 교수였던 존 맥밀런은 '시장의 탄생'에서 이런 사례를 든다.
1990년대 초 베트남 전역의 운송체계가 마비된 적이 있었다. 운송의 핵심을 담당하던 옛 소련제 트럭이 일제히 낙후되기 시작했고 운전자는 굳이 트럭을 고치는 일에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
골머리를 앓던 베트남 정부는 묘안을 냈다. 운전기사에게 트럭의 개인 소유를 허용한 것이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경제구조에서 운전자가 트럭을 고칠 이유가 없었다.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유를 허용하자 트럭은 내 재산이 됐고 운전자는 부품을 구하고 트럭 밑에 들어가 기름때 묻히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소유는 가장 확실한 인센티브'라는 시장 법칙이 확실하게 확인된 사례다.
시장은 정부를 비롯한 어떤 강력한 힘이 통제를 가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금주법이 사례다.
금주법이 시행되자 주류사업은 은밀하게 진행됐고, 술값은 세 배로 치솟았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도 없는 인체에 유해한 술이 유통되는 걸 막을 방법도 없어졌고, 주류업이 큰돈이 되자 마피아가 밀매를 독점하면서 공무원들과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를 만들었다. 알코올 소비량은 금주법 시행 이전보다 2.5배 증가했고 금주법은 결국 미국 근대사에서 가장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물론 시장은 수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 경제학자인 하이에크는 "그나마 시장이 악한 자가 끼칠 수 있는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정보와 기회가 공정하다면 시장은 쓸 만한 규칙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우크라 대통령 하마터면 큰일 날 뻔”…젤렌스키 암살 가담女의 정체 - 매일경제
- “한번 맛보면 정신 못차려”...백화점 줄선 손님들, 1시간은 기본이라는데 - 매일경제
- “말벌에 쏘여 숨지다니”…유명車 50대 CFO 돌연 사망, 직원들 ‘충격’ - 매일경제
- 9일부터 태풍 ‘카눈’ 영향권…전국 강풍·폭우 주의 - 매일경제
- 오전엔 공중부양, 오후엔 지하실…초전도 롤러코스터 탄 투자자들 - 매일경제
- 노트북 꺼내고 신발 벗고···공항 보안 검색이 엄격한 진짜 이유 - 매일경제
- 침구 들춰봤다가 경악했다...‘빈대 소굴’에서 보낸 하루, 배상해주나요 [여행 팩트체크] - 매일
- “도박장도 이렇게는 안한다”...코인 수익금 몰수한 막장 거래소 - 매일경제
- ‘잼버리 연구차’ 영국 출장 간다더니...공무원들, 손흥민 경기 직관했다 - 매일경제
- “어떻게 돌아왔는데...” 쓰러진 류현진 숨죽이며 지켜 본 토론토 감독 [현장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