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꼬마빌딩 … 용산·성동·마포 역세권 노려라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7. 14. 16: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시장 회복 분위기에 다시 주목받는 '꼬마빌딩'

최근 부동산 시장이 조금 회복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꼬마빌딩(건물 연면적 100㎡ 초과 3000㎡ 이하)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우선 서울 지역 거래량이 올해 1월 바닥을 찍은 후 4개월 연속 늘어났다. 경매 시장에서도 관심이 다시 높아지며 지난 5월 경매가격 대비 낙찰가격 비율(낙찰가율)이 100% 선을 넘어섰다. 작년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꿈틀거리긴 하지만 시장이 완전히 살아난 것은 아니다. 절대적인 거래량이 여전히 적고 가격도 답보 상태다. 꼬마빌딩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도 높은 수준이다. 투자 환경이 예민한 만큼 꼬마빌딩 투자에도 전략적 접근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보증금 비율이 높아 초기 투자 비용이 적은 빌딩이나 경매와 급매물부터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 흐름을 꼼꼼히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한 때다.

작년 말 꼬마빌딩 시장 급랭

기준금리가 1%대 중반 이하였던 2016년부터 2021년까지 꼬마빌딩 투자 열풍은 대단했다. 대출금리가 낮다 보니 임대료 수익률이 2%대여도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매매금액의 60%까지 대출할 수 있었고, 신용도가 좋은 법인의 경우에는 80~90%도 가능했다. 아파트처럼 1년 이내에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단타족'이 나타나기도 했다.

꼬마빌딩 투자의 장점은 이 밖에도 많았다. 주택과 달리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도 토지 공시지가가 80억원 이하일 경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장점이 있었다. 정부가 각종 규제로 꽁꽁 묶었던 아파트 등 주택 분야보다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았던 셈이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올랐는데 건물 임대료는 별로 뛰지 못하면서 거래량이 폭삭 주저앉았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45건이었던 서울 꼬마빌딩 거래량은 올해 1월 37건까지 74.5% 급감했다.

4개월 연속 늘어난 빌딩 거래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전체 매매 거래량은 147건으로 전월 대비 24.6% 증가했다. 2월부터 넉 달 연속 오름세다. 꼬마빌딩만 따로 분류해 거래량을 들여다봐도 동일한 추세다.

거래량은 작년 4월 이후 9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 1월엔 52건을 기록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권역별로는 종로·중구 등 도심권(CBD)에서 26건이 거래돼 주요 권역 중 1위를 차지했다. 영등포·여의도 등 여의도권(YBD)이 23건, 강남·서초 등 강남권(GBD)은 20건을 나타냈다. 서울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종로구 광진구 등에서 거래가 많았다.

특히 대형 빌딩보다 꼬마빌딩 투자가 두드러졌다. 50억원 미만 빌딩 거래가 89건을 기록해 전체 거래의 60.5%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300억원 이상의 빌딩 거래는 도심권에서 2건, 3도심(CBD·GBD·YBD)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 1건 등 단 3건에 그쳤다.

경매 시장에서도 꼬마빌딩은 회복 추세다. 법원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지역 꼬마빌딩(감정가 75억원 이하 근린상가) 평균 낙찰가율은 116.2%였다. 경매가격이 감정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경매 시장에서 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96.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완전 회복? 거래 규모 보면 '글쎄'

전문가들도 꼬마빌딩 시장이 어느 정도 바닥을 찍었다고는 판단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회복 추세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먼저 거래금액이 완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상업·업무용 빌딩 전체 매매거래 금액은 8699억원으로 올해 4월(1조5521억원)보다 오히려 40.5% 감소했다. 거래량이 늘어났는데 거래금액이 줄었다는 것은 빌딩 투자가 소규모 금액대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아직 시장을 불안정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거래량도 4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작년 1~4월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전체 거래량은 180~200건, 꼬마빌딩 거래량은 140~150건이었다.

꼬마빌딩 가격 상승 또한 제한적인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밸류맵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분기 서울 연면적 330~2000㎡ 건물의 3.3㎡당 가격은 9649만원으로 지난해 평균(9444만원)보다 약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국 평균은 3.3㎡당 2145만원으로 지난해 2498만원과 비교해 오히려 큰 폭(약 14%)으로 하락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꼬마빌딩은 2021년 상반기에 거래량, 거래금액 모두 정점에 도달했다가 작년 한 해 하락 반전했지만 주택 시장과 달리 가격이 급하게 떨어지진 않았다"며 "시장에선 가격 수준에 대해 여전히 높다는 시각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2022년 초만 하더라도 대출금리가 3% 내외였는데 현재 꼬마빌딩을 대출받아 매입한다면 5%대는 예상해야 한다. 그나마 6~7%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다소 진정된 것이다. 대부분 대출을 일으켜 매입하는 꼬마빌딩은 다른 형태 부동산보다도 금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상권 분석 철저히…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예민할 때 빌딩 투자는 무엇보다 '잃지 않는 투자'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투입되는 금액이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투자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명확한 입지 분석 없이 섣불리 매수했다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시점에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우선 비슷한 입지의 매물이라면 보증금 비율이 높아 초기 투자금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빌딩이 유리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핵심 상권 내 대로변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대형 빌딩 뒷골목에 있는 꼬마빌딩이나 개발 규제가 완화되는 서울 구도심 꼬마빌딩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관심 있는 지역을 미리 정하고 급매물이 나오는지 모니터링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급매물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과연 얼마까지 하락한 매물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 가격선을 정해놓은 후 급매물이 나오면 빠르게 결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면 올해 상반기까지는 추이를 지켜보고 하반기에 움직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매 시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리 인상 여파로 경매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지만 서울의 꼬마빌딩에는 수요자들이 꾸준히 몰리면서 선방했다. 특히 역세권이나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의 꼬마빌딩은 경매에 나오면 응찰자가 수십 명씩 몰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챙겨야 할 포인트는 건물의 임대수익률보다는 자본 차익을 눈여겨보라는 점이다. 현재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임대수익률이 2%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랑 비교해도 큰 메리트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건물에 투자할 때는 3%대 임대수익을 기본으로 하되 자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건물을 매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임채우 위원은 "당장 임대수익률은 낮지만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료를 높일 수 있고, 해당 지역의 상권이 좋아지면서 자산가치 상승 여력이 있는 곳을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우 부동산·도시계획전문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