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서 더 강렬한 차가운 추상 속 두 눈
사간동 페레스프로젝트서
둥글고 매끈한 원과 선, 면 구조에 순정만화 여주인공 같은 반짝이는 눈망울이 박혀 있다. 일견 파스텔 색조의 동화 같은 그림 속에 다소 어색하게 들어 있는 만화 캐릭터의 두 눈은 세상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쏘아대는 듯하다.
비엔날레가 사랑한 아르헨티나 작가 애드 미놀리티(43)의 국내 첫 개인전 'Geometrics of the Forest(숲의 기하학)'가 서울 종로구 사간동 페레스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다. 서로 다른 것이 결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 아크릴 평면회화 15점과 숲속 버섯 생태계를 담은 벽화 작업과 함께 펼쳐졌다.
작가는 직선적이고 엄격한 모더니즘의 기하학적 추상을 형식으로 채택하면서도 부드럽고 포용적인 이미지로 재해석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 그림은 차가운 추상의 전형인데 덕지덕지 물감이 묻은 붓 자국이 도드라져 특이하다. 작가는 "컴퓨터로 밑그림과 디자인을 한 후 아크릴물감을 칠하는, 기계와 인간이 협업하는 '사이보그 페인팅' 기법으로 작업하면서 다양한 질감이 대비되는 효과를 낸다"며 "테디 베어의 털 같은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스로 본명 아드리아나를 애드로 바꾸고 논바이너리(성별은 남녀로 구별할 수 없다는 뜻) 정체성을 드러내며 성과 인종, 나이 등 다양한 기준으로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에 대해 비판적 메시지를 작품에 표현해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프릴리디아노 푸에이레돈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한 작가는 "예술학교 시절부터 여성에 대한 차별을 느끼고 시스템을 이해하고자 페미니즘 이론을 탐구하며 (정체성의 사회적 통념을 수정할 것을 주장한)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 영향을 받았다. 공상과학(SF) 소설에서 비롯된 과학적 접근법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Magic Dust'(2023)는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한 장면을 담았다. 어린이 문학이나 장난감, 만화의 상징성이 어린이를 가르치려고만 드는 점과 사회적 편견을 키우는 장치로 작동하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작가는 "여러 문화권에서 공감하기 쉬운 기하학적 추상으로 해석을 열어놓더라도 마무리 단계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로 작품 제목을 붙인다"며 "관람객이 작품을 보면서 각자 선입견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끔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2019년 베네치아비엔날레와 2021년 광주비엔날레에 초청을 받았고, 올가을 독일 에를랑겐미술관에서 서울 전시를 발전시킨 대규모 개인전을 펼칠 예정이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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