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결심한 남편 … 마지막을 함께한 아내의 기록
도덕적 갈등과 슬픔 보여줘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안락사'를 결심한 남편 브라이언의 마지막 곁을 지킨 아내, 1953년생 작가 에이미 블룸이 쓴 에세이다. 내가 남편 혹은 아내라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세상을 등질 수 있을까, 또 사랑하는 사람의 자발적인 죽음을 지지할 수 있을까 끝없이 묻게 되는 난제. 저자 역시 남편의 결심을 지지하는 한편 도덕적인 갈등과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될 슬픔에 수없이 흔들린다.
그러나 남편의 의지는 굳고, 저자는 모든 과정을 함께 치른다. 브라이언은 말한다.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삶을 중단하려는 게 아닙니다. 아직 나 자신으로 남아 있을 때 이 삶을 끝내고 싶을 뿐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점점 더 잃어가기 전에."
부부는 스위스의 비영리기관 '디그니타스'의 동행자살(조력자살) 지원을 받았다.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남편은 3~4년간 인지 능력 저하, 균형 잡기의 어려움 등 전조 증상을 겪었지만 두 사람 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니, 의심이 뻗치는데도 애써 외면했다. 그러다 결국 신경정신과 진단을 거쳐 2019년 7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디그니타스의 문을 두드렸다. 이듬해 1월 디그니타스가 위치한 스위스 취리히로 날아가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리건 등 미국의 많은 주에 의사 조력자살 내지 생명 중단 관련 법이 제정돼 있지만 아무나 죽음을 택할 순 없다. 생명권의 주체는 개인이지만 국가와 법이 죽을 권리와 허용 범위를 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그니타스는 1998년 설립된 단체다. 저자에 따르면 이 부부가 방문한 2020년까지 각국 3000여 명이 이곳을 통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익명의 의사 8명이 이 단체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디그니타스를 통해 동행자살에 이르는 데도 까다로운 요건과 절차가 있다. 저자는 여러 차례 진행된 면접 과정 동안 디그니타스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면서도, 남편과의 영원한 이별을 앞둔 그 순간에는 시간을 미루고 싶다고 생각한다. 디그니타스의 승인 연락을 받았을 때는 '원하는 바를 드디어 이루게 됐다는 안도감, 끔찍한 안도감'을 느낀다. 실제로 승인받은 후에 연락을 끊는 의뢰인도 많다고 한다.
"우린 오래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다." 남편 브라이언의 모친이 자주 했다는 말이다. 이 특별한 죽음의 기록은 저자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여정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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