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이 사랑했던 빅토리아 여왕의 매력
여왕도 때로는 사랑에 빠진 여성이었다. 화가 나서 문을 걸어 잠근 앨버트 공의 방 앞에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군주이자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 재위한 여왕이 나타나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라는 질문에 "영국 여왕입니다"라는 답을 거듭 냈음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마침내 "당신의 아내예요"라는 말이 나온 후에야 잠겼던 문이 열렸다.
영국인들은 물론 세계인에게도 잘 알려진 이 일화는 미국 이전 세계를 지배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한 최전성기 영국의 지배자치고는 나약한 면모를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20세기 사실주의적 전기를 창시한 인물로 꼽히는 리턴 스트레이치는 이 이야기를 비롯해 때로는 멍청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데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빅토리아 여왕의 다양한 면모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위인전' 혹은 '전기'에 대해 생각해오던 전형적인 이미지는 사라지고 보다 입체적인 인물의 모습이 그려진다.
저자에 따르면 빅토리아 여왕은 딱히 지적 능력이 높은 인물도 아니었고, 군주답지 못하게 촐싹거리는 걸음걸이로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여성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는 데다 튀어나온 이와 작은 턱으로 인해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솔직함과 성실하게 모든 일에 임하는 자세, 60년 동안 왕좌를 지킬 수 있었던 건강 등 나름대로 장점도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전성기를 맞이한 영국인들이 자신의 여왕을 사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여왕 역시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영국인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특히 빅토리아 여왕 자신뿐 아니라 여왕이 아끼고 사랑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책이라 독자의 흥미를 더해준다. 요컨대 이 책은 여왕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영국인들이 여왕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인 셈이다.
여왕이 그토록 사랑한 남편이었던 앨버트 공은 물론이고, 어머니 켄트 공작부인, 가정교사 레첸, 정치적 숙적 혹은 동반자였던 멜버른과 파머스턴, 디즈레일리 등과의 관계를 하나하나 되짚어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생애가 완성된다.
[이용익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팔때가 아니다, 외치더니”…1시간 뒤 27억 매도폭탄 던진 슈퍼개미 ‘결국’ - 매일경제
- 이달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확’ 오른다…직장인 얼마나 더 내나 - 매일경제
- “벌이가 있어야”…월 몇천원 이자도 못 내는 20대 생계대출자들 - 매일경제
- “절교 때문에” 친구 죽인 10대, 알고 보니 ‘학폭 가해자’ - 매일경제
- ‘가짜 신한은행 메시지’ 조심하세요…또 그놈 보이스피싱 - 매일경제
- “여기보면 여행정보 많으니까”…휴가 계획 ‘이것’으로 정한다 - 매일경제
- [단독] 유병호 “중반 지나면 현정부도 감사받는다”…여당도 ‘헛웃음’ - 매일경제
- ‘영웅본색’ 주윤발 혼수상태…“코로나 걸린 뒤 뇌졸중” - 매일경제
- “직접 운전해봐라”...정의선 ‘아이오닉5 N’ 몰아보더니 뜻밖의 반응 - 매일경제
- “키미 덕분에 편하게 던집니다” SD 마무리 헤이더의 고백 [MK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