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틀 차···“복지부야말로 업무 개시해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4일 간호인력 확충과 간병비 해결 등을 요구하며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갔다. 노조는 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검토에 대해 “지금은 복지부가 업무를 개시해야 할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날 전국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료기관)에서 4만5000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전날에 이어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부산대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 노조가 파업에 참여했다.
노조는 2021년 ‘9·2 노정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사안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 세종청사, 부산역, 광주시청 등 4개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세종 집회에선 조합원 5000명가량이 복지부 앞에서 정부를 규탄한 후 기획재정부까지 행진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은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미국이나 캐나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1명이 5명의 환자를 보는데 한국은 복지부 통계로도 간호사 1명이 15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어 환자들은 의료사고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우리 간호사들은 의료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약속을 지키라는 투쟁인데 2021년에는 노정합의가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말이냐”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의 정책적 요구에 공감하고 이행해나가고 있는데도 파업을 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며 파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또 노동법상 노동쟁의의 협상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며 협상 여지를 두지 않은 채 “정치파업”이라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노조는 “복지부야말로 진짜 업무를 개시하라”며 반박했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억지스레 불법적인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할 시간이 있다면 우리 노조의 정당한 요구부터 검토하라”며 “지금은 ‘정치파업’, ‘불법파업’ 프레임 뒤에 숨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 관련된 핵심 의제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는 복지부가 업무를 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의료 현장에서는 전날에 이어 진료 등 차질이 빚어졌다. 파업 참여 규모가 가장 큰 부산대병원은 의료공백에 대비해 700명 가량의 일반병동 환자를 퇴원시켰다. 부산의료원도 외래 진료를 22개 과에서 7개 과로 절반 이상 줄여 운영 중이다. 고려대구로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은 특정 분야 응급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119 구급대원들에게 알렸다. 파업 참여 인원이 적거나 대체인력을 투입한 수도권 병원들은 평상시처럼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13~14일을 집중 투쟁기간으로 정해 이날 자정까지 파업을 이어간다. 주말과 다음 주 파업 지속 여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날 오후 4시 중앙 총파업 투쟁본부 회의를 열고 이틀간의 성과와 이후 파업 계획 등을 논의한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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