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은희..‘악귀’ 무더위 떨쳐내는 여름 스릴러의 맛 [Oh!쎈 레터]
[OSEN=김채연 기자] 김은희 작가의 글이 물이 올랐다. 여기에 김태리, 오정세, 홍경 등 연기잘하기로 소문난 배우까지 합쳐지지 ‘악귀’는 한번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보는 사람은 없는 몰입도 높은 장르물 드라마로 소문이 났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악귀’는 김은희 작가와 이정림 감독이 의기투합했으며, 김은희 작가의 친정이라고 불리는 SBS가 만났다.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가 지상파에서 먹힐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악귀’로 해결됐다.
‘악귀’는 지난 7일 방송된 5회 기준, 수도권 가구 12.2%, 전국 가구 10.8%, 순간 최고 14.3%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채널경쟁력과 화제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은 지난 8일 방영된 6회 방송 기준 4.8%를 기록하며 드라마와 예능을 통틀어 한주간 방송된 전체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이 다가 아니다. ‘악귀’는 OTT플랫폼에서도 저력을 과시해 콘텐츠 추천 플랫폼인 ‘키노라이츠’에서는 OTT 통합 1위를 3주째 수성 중이다. 지난 11일 기준 디즈니+ TV쇼 부문에서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에서도 1위를 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산영(김태리 분)은 아버지 구강모(진선규 분)가 남긴 유품을 받고 악귀에 잠식된다. 산영이 악귀에 씌인 뒤 그의 주변 인물이 하나둘씩 사망하고, 김태리가 씌인 악귀를 쫒던 염해상(오정세 분)를 만나 일어나는 일을 담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 산영에게 유품을 전한 것은 아버지 구강모가 아닌 악귀라는 것이 밝혀졌다. 붉은 댕기에 이어 푸른 옹기조각, 다섯개의 금줄, 그리고 다섯개의 물건을 찾아내 악귀의 이름까지 알아내야한다는 실마리도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아귀’가 돼 해상의 근처를 맴도는 우진(김신비 분)은 산영에게 악귀를 만든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반전을 선사해 매주 파격적인 결말로 소름을 유발하고 있다.
가요계에 ‘여름’하면 ‘써머송’이 있듯, 방송가에는 ‘여름’하면 ‘공포물’이 있다. 과거 ‘전설의 고향’을 시작으로 ‘엠(M)’, ‘혼’을 비롯해 브라운관에서는 납량특집 드라마를 방송하기도 했고, 예능과 영화에서도 여름에 공포특집을 방송하거나 공포 영화를 거는 등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간담이 서늘해지는 추위를 선물했다.
최근에는 ‘심야괴담회’ 정도만 남아있지만, ‘악귀’는 오랜만에 무더위를 떨쳐내는 여름 스릴러의 맛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하게 무서움만 전하는 것은 아니다. ‘악귀’에는 에피소드마다 크고 작은 귀신들의 이야기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에서 풀어낸다. 아동학대에 삶을 끊 학생이 죽어서라도 집에 갇힌 동생을 살리려고 귀신이 됐고, 객귀들을 쫓아내는 허재비 놀이를 하는 마을에서는 엄마가 죽어서 귀신이 돼 돌아온 딸을 못 쫓아내게 하려고 굿을 망친다.
‘악귀’에는 에피소드마다 이들이 귀신이 될 수밖에 없던 이야기를 전한다. 아동학대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이 집에 갇힌 동생을 구하기 위해 귀신이 됐고, 객귀를 쫒아내는 굿을 하는 와중에 엄마는 죽어서 귀신이 돼 돌아온 딸은 보내지 않기 위해 굿을 망치기도 한다.
‘악귀’ 속 아귀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악한 원혼이다. 5~6회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다루면서 호텔 레스토랑 식사와 명품백을 자랑하던 인플루언서가 ‘아귀’에 씐 윤정(이지원 분)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얕잡아 보이고 싶지 않던 인간의 탐욕이 발현된 것.
산영 역시 악귀에 잠식당한 뒤 의문의 행동을 이어갔다. 염해상의 카드로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겼고, 명품 착장으로 윤정의 결혼식 뒤풀이에 참석했다. “고작 9급 공무원”이라며 세미를 깔보는 윤정에겐 “결혼사진 찍어줄 친구 하나 없어 빌빌거리던 게”라고 쏘아대는 한편, 절친 세미에게도 "너 거지니. 그렇게 합격한 거 떠벌리고 싶었어? 재수없게”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금새 정신이 돌아온 산영은 도망치듯 자리를 떴고, 산영에게 악귀는 “다 네가 원한 거야”라고 속삭였고 산영은 “그만해”라고 울부짖으며 변한 자신의 모습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염해상 역시 산영에게 “악귀는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듯이 독설을 하던 산영의 모습 중 일부는 그가 속으로 하던 생각 중 하나였던 것.
이쯤되면 진짜 무서운 것이 ‘악귀’에 씌인 나인지, 악귀에 씌인 ‘나’인지 고민에 안기게 한다. 이게 ‘악귀’가 보여주려고 했던, 김은희 작가가 보여주려고 했던 진정한 여름의 스릴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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