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실업급여 수급자’ 폄훼 논란···박대출 ‘시럽급여’ 발언 비판 이어져

정대연·김윤나영·이두리 기자 2023. 7. 14. 1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여당이 실업급여 삭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온 수급자 폄훼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노동계·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당정의 접근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정책위의장의 “실업급여는 ‘시럽급여’” 발언 등에 대해 청년·여성을 비롯한 저임금 노동자를 비하했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자 스스로 내는 부담금으로 실업급여를 받는데 마치 적선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부·여당 태도에 대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경제와 민생이 어려울수록 국민의 어려운 삶을 챙기는 게 정치의 책무인데 어째서 어려운 상황을 넘어가기 위한 제도조차 폄하하고 혜택받는 사람조차 모욕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실업급여 받는 분을 조롱하고 청년·여성 구직자·계약직 노동자를 비하했다”며 “일자리가 없어서 서러운 국민에게 미안해하지 못할망정 조롱하는 건 오만이자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여성·청년·계약직을 콕 찍어서 된장녀 취급하고 20·30 청년을 갈라치며 악마화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은 책임지고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당 원내지도부의 무책임한 발언은 주변에 실업급여를 받아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라며 “실업급여 하한액을 없앤다고? 도대체 얼마나 국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싶은 거냐”고 물었다.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월 184만원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시 공청회 후 “실업급여제도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같은 날 한 강연회에서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한 부류는 아주 어두운 얼굴로 온다고 한다. 일하고 싶은 실질적 구직자”라면서 “한 부류는 아주 밝은 얼굴로 온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청년 정치인을 중심으로 당 지도부의 인식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실업급여를 받아서 소고기를 먹든 명품을 사든 그건 개인의 자유”라며 “수능 문제부터 시작해 도대체 정책의 조준점을 어디로 삼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던 옥지원씨는 전날 “남녀 갈라치기 발언은 당을 떠나 누가 봐도 매우 부적절했다”며 “청년여성들은 실업급여 신청할 때 조신하게 거적때기 입고 나라 잃은 표정하고 가야하는지 잘 몰랐다”고 비꼬았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여당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다. 박 의장은 이날 SNS에서 “성실히 일해서 열심히 보험금 내는 근로자들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실업급여 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핵심”이라며 “청년에게 주는 혜택·기회를 뺏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실업급여 반복 수급 증가와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 등 실업급여 개편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시럽급여’ 표현 등 논란에 대한) 언론의 지적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