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중·러와 신경전… 박진 “남중국해 안정 중요”
박진, 우크라 전쟁·남중국해 문제 거론
중·러, 불쾌감 우회적으로 표시
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국·미국·일본이 중국·러시아와 남중국해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2005년 출범한 EAS는 역내 최대 전략 포럼으로 한·미·일과 중·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17국으로 구성돼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라오스에 이어 2번째로 모두 발언을 하며 중·러가 민감해하는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회의 시작 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때뿐이었다. 박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자 국가주권,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 존중이라는 국제질서 근본 원칙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우리 정부가 지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와 안정이 역내 및 세계 경기 회복의 핵심”이라며 “국제법에 기반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확립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세안 국가들 중에선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 등이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토·해상 분쟁 이슈가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남중국해 중에서도 ‘대만 해협’의 안정에 관한 언급을 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change the status quo by force)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비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수사(修辭)로,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4월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 관련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해 중국 측이 ‘불장난’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대한 적이 있다. 일본 역시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에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미국이 주도하는 여러 경제안보 관련 협의체들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 시도 차단’에 창설 근거와 운영 목적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을 대표해 참석한 왕이(王毅) 공산당 정치국 위원은 “냉전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와 보호주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 관련 “항행의 자유를 누가 막았느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미·일 등 주요국이 이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왕 위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무대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도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의 논리로 말하는 것이 불쾌하다”며 “서방이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 셔츠를 착용한 라브로프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가운데에 엔리케 마닐로 필리핀 외교장관을 놓고 나란히 앉았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은 오늘 오후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 EAS 차원의 북한 규탄 의지가 더 확고함을 분명이 보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박 장관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자금원이 되고 있는 북한의악의적 사이버 활동 대응,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등 불법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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