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배후 업자, 징역 8년…"사회초년생 피해자들에 막대한 손해"

재판서 정부 정책 탓…검찰 구형보단 낮은 형량
'바지 집주인' 내세워 37명에게 80억 가로채

빌라 수백채를 사들여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빌라왕'들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오늘(14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모(39)씨에게 검찰 구형량인 징역 13년보다 낮은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신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피해자들의 75%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20∼30대로, 임대차 보증금이 당연히 반환될 것이란 이들의 신뢰를 이용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이익을 취했다"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자본 갭투자라는 점, 법정 초과 수수료를 초과하는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점, 동시진행거래 사실 등을 피해자에게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부동산 정책 등을 원인으로 주장했지만, 정책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으로, 해당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지 않았더라도 '무자본 갭투자'에 대해 소개한 사람이 없었다면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이 전체 피해액의 1% 남짓으로 건축주 등 공범과 비교했을 때 많다고 볼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신씨는 2017년 7월∼2020년 9월 자신의 업체에 명의를 빌려준 바지 집주인, 이른바 '빌라왕'을 여러 명 두고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올해 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제주에서 돌연 사망한 정모 씨 등 여러 빌라왕의 배후로 지목됐습니다.

신씨는 이런 방식으로 서울 강서구와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임차인 37명을 속여 보증금 약 80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씨에게 명의를 빌려주며 범행에 공모한 김모(50)씨 역시 올해 1월 기소돼 별도로 재판받고 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