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위한 파업이라 해라" 의료노조 파업에 일갈한 간호조무사 수장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두고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다른 보건의료직종의 요구를 포함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간호사만을 위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시작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비판했다. 곽 협회장은 14일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조무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종을 면피용으로 내세우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간호사를 위한 파업이라고 고백하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보건의료 노조의 파업이 의료계내 직역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곽 협회장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보건의료 노조가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건 요구사항 가운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에 대해 한 번도 대화하자고 문의하러 온 적 없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의 조합원은 8만3341명(지난해 12월 기준)인데 그중 간호사(64.2%)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다음으로 간호조무사(5.5%)가 많이 가입돼 있다.
순위만 놓고 보면 간호조무사가 2위이긴 하지만 간호사가 주를 이룬다. 사실상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사들의 보호막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로 이 노조는 간호법 추진 과정에서 간호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대한간호협회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파업의 철회 조건으로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 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충 ▲필수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들고나왔다.
이 가운데 간호조무사협회의 눈에 거슬리는 조건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이다. 곽 협회장은 "이런 요구사항은 우리 간호조무사들도 관련이 있고, 충분히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요구사항"이라며 "보건의료노조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과 관련해 당사자인 우리 간호조무사들의 요구를 얼마나 제대로 수렴했는지 의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조무사를 대표하는 우리 협회와는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그간 간호사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보건의료노조 내 간호조무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인 현장 간호조무사 상당수는 "그동안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사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간호조무사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협회 측에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회는 보건의료노조가 내세운 요구들은 파업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보다는 정부와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곽 협회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지난 3월, 보건복지부에서 사회적 협의를 진행했고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의 경우는 훨씬 더 광범위한 이해관계 당사자가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현장에 복귀해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곽 협회장은 "일부 언론의 우려와 달리 간호조무사 대다수는 현장을 묵묵하게 지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간호조무사협회는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인해 환자 간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의 협조 요청이 있을 땐 즉시 간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번 총파업 투쟁에는 200개 지부, 220개 사업장의 조합원 8만5000여 명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최종 쟁의권을 확보한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 총조합원 6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 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필수 유지 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 1만5000여 명을 제외한 실제 파업 인원은 4만5000여 명이라고 노조 측은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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