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위한 파업이라 해라" 의료노조 파업에 일갈한 간호조무사 수장

정심교 기자 2023. 7. 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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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열린 간호법 저지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두고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다른 보건의료직종의 요구를 포함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간호사만을 위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시작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비판했다. 곽 협회장은 14일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조무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종을 면피용으로 내세우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간호사를 위한 파업이라고 고백하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보건의료 노조의 파업이 의료계내 직역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곽 협회장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보건의료 노조가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건 요구사항 가운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에 대해 한 번도 대화하자고 문의하러 온 적 없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의 조합원은 8만3341명(지난해 12월 기준)인데 그중 간호사(64.2%)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다음으로 간호조무사(5.5%)가 많이 가입돼 있다.

순위만 놓고 보면 간호조무사가 2위이긴 하지만 간호사가 주를 이룬다. 사실상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사들의 보호막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로 이 노조는 간호법 추진 과정에서 간호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대한간호협회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파업의 철회 조건으로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 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충 ▲필수 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들고나왔다.

이 가운데 간호조무사협회의 눈에 거슬리는 조건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이다. 곽 협회장은 "이런 요구사항은 우리 간호조무사들도 관련이 있고, 충분히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요구사항"이라며 "보건의료노조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과 관련해 당사자인 우리 간호조무사들의 요구를 얼마나 제대로 수렴했는지 의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조무사를 대표하는 우리 협회와는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13일 서울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에서 진행한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간병비 해결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오후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공공의료 인력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3.7.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그간 간호사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보건의료노조 내 간호조무사 등 다른 보건의료직역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인 현장 간호조무사 상당수는 "그동안 보건의료노조가 간호사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간호조무사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협회 측에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회는 보건의료노조가 내세운 요구들은 파업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보다는 정부와 관련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곽 협회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지난 3월, 보건복지부에서 사회적 협의를 진행했고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의 경우는 훨씬 더 광범위한 이해관계 당사자가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현장에 복귀해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곽 협회장은 "일부 언론의 우려와 달리 간호조무사 대다수는 현장을 묵묵하게 지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간호조무사협회는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인해 환자 간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정부의 협조 요청이 있을 땐 즉시 간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이번 총파업 투쟁에는 200개 지부, 220개 사업장의 조합원 8만5000여 명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최종 쟁의권을 확보한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 총조합원 6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 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필수 유지 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 1만5000여 명을 제외한 실제 파업 인원은 4만5000여 명이라고 노조 측은 밝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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