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중국경제, 시진핑의 해법은…민간부문 부양으로 갈까
부동산 경기부양 없을 듯…적자 재정 확대·금리 인하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에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민간 부문 부양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경제 위기 때마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 등 투자라는 대응책을 제시해왔던 중국이 이젠 민간기업과 가계에 초점을 맞춘 경기 부양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냐가 관건이다.
특히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함한 지도부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를 다시 우대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올리브 가지'를 건네는 제스처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초 코로나19 방역 봉쇄가 해제됐던 올해 초만 해도 경기 반등을 예상했던 중국 경제가 2분기를 지나는 가운데 각종 지표가 디플레이션 쪽을 가리키자 중국 안팎에선 당국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해왔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서방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압박에 맞서야 하는 중국으로선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종 지표는 '디플레 빨간불'…도전 맞은 시진핑 3기
작년 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잦아들자 올 초부터 '위드 코로나'를 본격화한 중국은 신속한 경제의 반등을 기대했으나, 실제 사정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2월 1.0%를 기록한 뒤 3∼5월 1% 미만을 보이다 6월에 0%로 하락했다.
여기에 생산자물가지수(PPI) 상황도 심각하다. 작년 10월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더니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5.4%까지 떨어졌다. 2015년 12월(-5.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가장 큰 동력이라 할 수출의 부진은 이미 오래됐다. 지난 6월엔 전년 동기 대비 12.4%나 줄었다. 2020년 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었다.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의 수출도 버틸 재간이 없어 보인다.
각국의 금리 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제가 극도로 위축되자 중국의 수출도 별도리가 없는 셈이다.
올해를 '중국 투자의 해'로 정한 중국 당국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으나, 이 또한 결과가 처참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이 중국 정부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올해 1분기 200억 달러(25조5천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의 1천억 달러(약 127조5천억원)에 비해 5분의 1토막 수준이다.
특히 중국이 최근 반(反)간첩법(방첩법)을 강화함으로써 서방 경영인들로선 일상적 비즈니스 활동조차 스파이로 오인당할까 우려하는 지경이어서 외국인 투자의 감소 여지는 크다.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계기로, 장기 집권을 현실화한 시진핑 3기 체제로선 현 상황이 경제 측면에서 최대 위기라고 할 만하다.
빅테크에 유화적·외국인 투자 촉진…소비 주도 발전 전략 꺼낼까
현재 외견상 중국 당국이 빅테크를 포함한 민간 기업에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 배달 대기업인 메이퇀 등 민간 소비를 주도하는 빅테크 살리기로 읽히기 때문이다.
1993년 9월 반부당경쟁법을 처음 시행한 데 이어 2017년 11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개정을 거쳤고, 올해 2월 반부당경쟁법안을 마련해 빅테크를 옥죄어왔던 중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반부당경쟁법은 시장 불공정행위를 하는 빅테크에 연간 매출의 최대 5%를 과태료로 매기도록 정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적 분배에 더 방점을 찍은 '공동부유' 정책에 꽂혔던 시 주석의 주도로 몇 년간 빅테크 단속을 벌여왔다. 그러던 중국 당국이 최근 경제 위기에 봉착하면서 자세를 바꾸는 분위기다.
인민은행법, 자금세탁방지법, 은행업감독관리법 등을 적용해 알리바바 계열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과 자회사들을 조사해온 인민은행 등이 지난 7일 조사를 종결한다고 밝힌 게 단적인 사례다.
벌금 71억2천300만 위안(약 1조2천800억 원)을 부과하기는 했지만, 이는 중국 당국이 그간 진행해온 고강도 빅테크 압박의 마무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리창 총리는 지난 12일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등 플랫폼 기업 관계자들과 좌담회를 열고 격려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31일 베이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친강 외교부장,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장관, 왕원타오 상무부장 등 3명의 중국 현직 장관을 잇따라 만난 점, 시 주석이 지난달 16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를 직접 만난 점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이런 중국 당국의 제스처가 인프라 투자 중심이 아닌 소비 주도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려는 암시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 중국 학계에선 일찌감치 소비 주도의 발전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작년 12월 중국 당국도 '소비 주도 성장'을 향후 12년간 경제 개발의 핵심 의제로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빅테크 정책이 '손바닥 뒤집기'처럼 손쉽게 바뀌어왔다는 점에서 소비 주도의 부양책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부동산 경기부양은 없을 듯…적자 재정 확대·금리 인하 등 가능성
현재로선 중국 당국이 위기의 부동산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부양책을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제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방 정부의 부채 확대라는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 당국조차 지방정부 부채에 긴장한다. 지방정부들이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 수천개를 이용해 상상 이상의 자금 차입을 한 탓이다.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추산대로 중국 지방정부의 실제 총부채가 약 23조 달러(약 3경원)에 달하고, 이 부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재앙'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자국 금융기관의 신뢰성 위기를 조성하지 않는 수준에서 대체 채권을 마련해 LGFV 차입금을 처리하는가 하면 정부 기관이 보유 중인 LGFV 채권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방부채에 대응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부동산 시장이 GDP의 20% 이상을 차지할뿐더러 부동산이 중국인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 위기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적자 재정 확대, 국채 매입 확대,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인하, 세제 혜택, 보조금 지급 등의 부양 카드를 쓸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중국 당국이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3조8천800억 위안(약 689조원)의 적자 재정을 짠 상황에서, 이보다 2조 위안(약 355조원)을 더 늘려도 중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 류상시 원장은 경기 침체 시기에는 통화정책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정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중국 중앙정부가 국채 매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블룸버그는 이밖에 중국에서 1%포인트 금리 인하로 3조1천억 위안(약 550조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민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지급준비율 인하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 각종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으나, 이는 미국과 서방의 반발을 살 수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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