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틀째, 부산 의료현장 곳곳 차질(종합)

거점병원인 부산대병원 개점휴업, 부산의료원도 외래 진료 축소
비파업 병원은 입원·외래 과밀…부산대병원 파업은 장기화 전망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틀째인 14일 부산에서는 의료 현장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지역 최대 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이 사실상 이틀째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입원과 외래 진료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공백에 대비해 부산대병원 측이 일반 병동 환자를 700명가량 퇴원시켰고, 중환자실 등 특수병동 환자 150여명과 퇴원이 힘든 일방 병동 환자 100여명만을 관리하는 상태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은 필수 유지 인력이 투입돼 정상 운영 중이지만 일방 병동은 비노조원인 간호 인력을 투입해 유지만 하는 수준이다.

긴급 수술을 제외하고는 13∼14일 수술 일정도 전부 미뤄둔 상태다.

부산대병원 다음으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이 많은 부산의료원은 입원환자를 퇴원시키지는 않았지만, 외래 진료를 절반 이상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

기존 22개 과에서 외래를 봤지만, 파업이 시작된 전날부터 7개 과(내과·외과·정형외과·비뇨의학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만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기 위해 야외에 설치했던 안심 진료소는 폐쇄했고, 13∼14일 외래진료 예약은 모두 조정한 상태다.

부산대병원과 부산의료원을 제외하고는 파업에 참여한 다른 6개 병원은 현재 큰 공백없이 정상 진료를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이 환자를 받지 않으면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지역의 다른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부산대병원과 인접한 동아대병원은 일반 병상이 모두 차면서 현재 환자를 추가로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대병원의 퇴원 조치로 갈 곳이 없어진 환자들이 몰리면서 동아대 병원 응급실도 한때 과밀 상태를 보이기도 했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파업 첫날은 응급실 40병상이 가득 다 찼는데도 환자 문의가 이어졌고, 오늘도 평소보다 많지만, 전날보다는 여유가 생겼다"면서 "외래 진료는 사람이 많아 당일 방문 진료 자체가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 있는 백병원 본원에도 전날 많은 응급환자가 몰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백병원 등도 파업 전부터 이미 병상 가동률이 90% 이상일 정도로 붐비던 곳이어서 추가적인 여력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들도 응급실은 정상 운영하지만, 의료 인력 부족 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에 파업하지 않는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린 것 같다"면서 "하지만 큰 혼란은 없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지역 의료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가 이날 저녁 총파업 투쟁을 계속 이어 나갈지를 두고 논의하는 것과 별개로 부산대병원 노조는 이날 오후 부산역 결의대회에서 일찌감치 '무기한 투쟁 돌입'을 선포한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 7대 요구안과 별개로 부산대병원 노조의 중요 요구사항인 '비정규직의 직고용'이 이뤄질 때까지 파업을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미철 부산대병원 노조지부장은 "2017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이후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6년의 시간을 기다려 왔다"면서 "이번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 되어 직접 고용을 쟁취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대병원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 대표 3명은 삭발식을 하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부산시는 지난 11일부터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대비한 '비상 진료 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필수 유지 업무 수행과 진료 공백 상황, 민원 사항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파업과 관련해 민원이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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