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서든 산사태”…산림청, 12개 시·도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

윤희일 기자 2023. 7. 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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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6시 37분쯤 강원 정선군은 정선읍 군도 3호선 터널 구간 사면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 연합뉴스

충남 논산의 한 납골당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최근 집중호우가 잇따르면서 산림당국은 서울과 강원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산사태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14일 오후 4시 2분쯤 호우특보가 내려진 논산 양지추모원 납골당에 산사태가 나면서 방문객 4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하지만 구조된 사람 중 2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들 2명은 60대∼70대로 부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사람 중 50대 여성은 중상을, 20대 남성은 경상을 입었다. 이들은 친인척 관계로 함께 납골당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납골당에는 이들 4명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집중호우로 비탈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뒤 납골당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호우경보가 내려져 있는 논산에는 지난 13일부터 사고 시점까지 255.5㎜ 비가 내렸다.

산림청은 전날 서울·인천·경기·강원·충북·충남·세종·전북·경북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높인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 대전·광주·전남지역에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2곳에 최고 수준의 산사태 위기경보를 내린 것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12개 시·도가 동시에 산사태 위기경보 심각 단계에 놓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는 등 잇단 집중호우가 광범위하게 쏟아지면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 예측·분석 센터가 산림 토양 함수지수(토양에 함유된 물의 상대적인 양)를 바탕으로 발령하는 ‘산사태 경보’와 ‘산사태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도 늘고 있다. 이 분석은 산림청 산사태 위기 경보와는 별도 지표다.

산림과학원은 이날 오후 3시45분 현재 세종·충북 보은군 등 전국 7개 시·군에 산사태 경보를 내렸다.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시·군은 수십 개에 이른다. 산사태 주의보는 산림 토양 함수지수가 기준치의 80%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될 때, 산사태 경보는 이 지수가 100%에 도달한 것으로 보일 때 각각 발령한다.

산사태 국민행동요령. 산림청 제공

다른 지역에서도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59분쯤 충남 부여 내산면 지티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흘러내린 토사가 민가 1채를 덮쳤다. 다행히 집 안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강원 정선군 정선읍 피암터널에서도 산사태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후 6시37분쯤 정선읍 군도 3호선 터널 구간 사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암석이 6000여t이 터널을 덮쳤다. 이 곳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지난 6일과 7일, 9일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정선군은 이 도로에 대한 차량 통행이 제한하고 있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사태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가 잇따랐던 2020년에는 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주의를 당부한다. 갑자기 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산사태 방향과 멀어지는 쪽에 있는 마을회관·학교 등 안전한 곳으로 빨리 대피해야 한다. 산사태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스마트산림재해’ 앱 또는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042-481-4119)이나 소방서(119)에 신고해 당국이 대처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집 주변에 있는 배수시설 등 위험요인을 미리 점검하고 대피 경로와 장소를 사전에 숙지해 놓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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