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정 다시 짜야하나”...휴가철 극성수기 덮친 항공대란 공포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2023. 7. 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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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간 이어진 임금협상 결렬
24일부터 파업돌입 선언
2005년 파업 당시 25일간 파업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해 해산
지난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 쟁의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APU 최도성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18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다. 노사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여 동안 임금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결과다.

국내 양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여름 휴가철 극성수기에 파업에 돌입하면서 휴가철 항공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조선·보건의료에 이어 항공업계 노조까지 파업에 나서면서 노동계 하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개혁에 대해 노조가 잇따라 파업 강수로 맞서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민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오는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회사측에 통보했다. 전날 밤 11시까지 이어진 릴레이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결정한 것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노사 양측은 지난해 10월부터 2019~2022년 4년치 임금협상을 이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2019~2021년 3년은 동결, 2022년은 2.5% 인상을, 노조는 3년치 임금은 동결 하되 2022년은 10%대 인상을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을 수용할 수 없다면 수당 인상과 복지 개선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사측에선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결국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7일부터 파업 전 단계인 쟁의행위를 이어왔다.

준법투쟁이라고도 하는 쟁의행위는 근로 규정을 준수하는 가운데 항공기 출발·도착시간 지연 등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이 여파로 모두 8편의 항공기가 결항되고, 49편이 연착되면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항공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노조는 파업 개시 10일 전 사측에 파업 일정 통보를 해야한다.

아울러 파업 시에도 국제선 80%, 제주 노선 70%, 국내선 50% 이상의 인력 또는 운항율 등을 유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국제선 항공편의 최대 20%가 운항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 항공편은 일일 기준 국내선 88편, 국제선 122편(편도 기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대한항공과) 인수통합을 위한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는 중요한 시점에서 조종사 노조가 책임을 회사에만 돌리며 파업을 예고해 안타깝다”며 “회사는 승객불편 최소화를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노조와 대화를 지속하며 원만한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권은 현재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2000%를 웃도는 상황에서 기본급·수당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노사가 진행 중인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어 최악의 경우 국내 양대 항공사 모두 운항 차질을 빚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 13일부터 8차 임금협상 교섭에 돌입했다. 이제까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7.5%, 사측은 2.5% 임금 인상안을 각각 제시하면서 간극이 컸다. 다만 8차 협상에서 이같은 간극 차가 줄면서 합의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지난 2005년 국내 항공업계 사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된 25일간 파업을 벌였다가,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서 파업이 강제 중단된 전례가 있다.

정부는 파업 조종사들을 대신해 투입된 인력들의 피로가 누적돼 자칫 대형 항공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조정권 발동 이유로 들었다.

당시 파업에 따른 피해액이 아시아나가 2270억원, 화물운송·관광업체 등 관련업계가 1734억원 등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번 파업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7일간 파업했을 때 국내선 운항 편수는 15%, 국제선은 1% 줄어든데 그쳤다.

이번 파업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심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유럽연합(EU), 일본 경쟁당국에서 합병 심사를 진행 중이고, 미국 법무부에선 독과점 가능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당국은 이달 말, EU는 오는 10월 초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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