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출생통보제, 근본 해결책 아니다…안전한 임신중단 보장해야”[스팟+터뷰]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지난달 30일 출생통보제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 외 의료기관에도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출생통보제만으로 영아 살해·유기를 막을 수 있을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출생통보제 도입에서 더 나아가 ‘안전한 임신중지권 보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2020년 인공 임신중절 수술 허용 한계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을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출생통보제 입법 과정을 평가하자면.
“출생통보제 도입은 아동의 권리 보장에 있어서 진일보한 것이다. 병합 심사한 13개 법안 중 10개는 2021년 1월 영아 살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너도나도 발의한 법안들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반짝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발의해놓고 책임지지 않는 부분이 많이 안타깝다. 10년 동안 잠자던 출생통보제가 감사원 전수조사 이후 8일 만에 통과됐다.”
-출생통보제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이유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왜 부모가 출생신고를 회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빠졌다. 원치 않는 임신에 의한 위기 출산 사례들도 있다. 출산·양육으로 인해 여성들이 학업도, 일도 그만두는 상황을 바꾸지 않고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은 낙태죄처럼 처벌 중심이었다. 안전한 임신중단에 대한 공적 지원 체계를 갖추고 출산 및 양육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야만 여성과 아동의 권리가 보장된다.”
-비혼모들이 익명으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편견 없이 출산해서 차별 없이 아동을 양육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고 해도 민법, 입양특례법, 아동복지법을 형해화시키고 여성과 아동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졸속 입법될까 우려된다.”
-안전한 임신중지권 보장의 구체적 내용은.
“(2019년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임신중단이 범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 행위로 취급받고 있다. 후속 입법을 논의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임신중단 수술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안전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어디인지 정보도 없다. 상담을 받을 곳도, 정보를 얻을 곳도 마땅치 않다. 임신중단 약물 도입이나 건강보험 적용 문제, 표준적인 진료 기준 마련, 의료 질 관리 등을 지금부터라도 논의해서 21대 국회 안에는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2020년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나.
“현행 모자보건법에 남아 있는 인공 임신중절 수술 허용 한계 규정을 삭제했다. 허용 주수나 사유 제한 없이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지원을 통해 임신부의 판단과 결정으로 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 성안했다. 법안 명칭도 임신부 권리 보장과 지원 강화 의미를 담기 위해 ‘임신·출산 등과 양육에 관한 권리보장 및 지원법’으로 바꿨다. 낙태를 범죄나 처벌의 영역에 가둬서는 안 된다. 인공 임신중단할 경우 유산·사산에 준하는 휴가를 주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미프진’ 도입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와 있나.
“미프진은 대표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유산유도제다. 작년에 한 제약회사가 식약처에 미프진 허가 신청을 냈는데 그 해 12월16일 갑자기 자진 철회했다. 그 이후로 유산유도제 허가 심사 절차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식약처는 허가 신청을 한 회사가 없다며 민간 제약회사에 책임을 미룬다. 하지만 제약회사의 허가 신청 없이도 식약처가 공공의료센터 비슷한 것을 세워 유산유도제를 유통할 수 있다고 한다. 정부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유산유도제의 안전성을 보증하며 필수 핵심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낙태가 불법인 일본에도 미프진이 도입됐다.”
-법안 통과를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안전한 유산유도제 도입과 임신중단 수술 건강보험 적용 등을 이른 시일 내 양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2020년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 심사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할 것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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