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아일로 [1] “디지털 굿즈 올인원 플랫폼 ‘하플’을 아시나요?”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기자는 학창 시절을 두꺼운 가방과 씨름하며 지냈다. 매일 10여 권에 달하는 교과서와 공책을 담은 가방을 메고 학교로 등교해야 했고, 대학교 진학 후에는 두꺼운 전공 책을 무기처럼 휘둘러야 했다. 그런데, 올해 대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가방은 의아할 정도로 날렵하다. 열어 본 가방 속에는 덜렁하니 맥북과 아이패드만 들어있다. 입학과 함께 제본한다며 인쇄소를 찾아가 여러 권으로 나눈 전공 책은, 책상 위 책꽂이에 꽂혀 먼지만 쌓여 있다. “전공 책도 안 가지고 다니냐”라는 말에 아들의 대답이 걸작이다. “그거 아이패드 속에 다 들어 있어요”라며, “이제는 필기도 아이패드로 합니다”란다.
지난 6월 말, ‘2023 스케일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일로를 방문해 류지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기자는 아들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요즘 대학생들이 날렵한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있던 이유를 류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굿즈를 아시나요?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아일로 소개를 부탁한다.
류지현 대표(이하 류 대표): 아일로는 디지털 굿즈 올인원 플랫폼 ‘하플(hapl)’을 개발하고 운영 중인 스타트업이다. 하플은 사용자들이 디지털 굿즈를 보다 쉽게 구매하고, 보관하며,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제공하듯, 우리는 하플을 통해 디지털 굿즈를 제공하고 있다.
IT동아: 디지털 굿즈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데.
류 대표: 하하. 음… 사실 우리 스스로도 많이 고민한 부분이다. 디지털 굿즈를 쉽게 설명하자면 디지털 상품, 디지털 문구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폰 보급 이전에 사람들은 다이어리를 많이 사용했다. 다이어리에 하루 일기를 적기도 하고, 주간 일정을 미리 기록해 체크했다. 연말연시에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장 이후에는 어떤가. 캘린더 앱을 사용해 주간 또는 월간 일정을 기록한다. 주요 기념일을 미리 설정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앱도 있다. 일기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기도 한다. 즉, 기존 다이어리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앱을 사용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IT동아: 아… 맞다. 학창 시절, 한때 다이어리를 열심히 적었던 기억이 있다. 여학생들은 스티커까지 붙여가며 꾸몄던 기억도 나고.
류 대표: 바로 그 다이어리가 스마트폰, 태블릿PC 속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종의 디지털 콘텐츠다. 다이어리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하루의 일상을 적거나 약속을 기록하듯, 이제는 아이패스에 담은 다이어리 형태의 디지털 굿즈에 애플 펜슬로 적는다.
IT동아: 정리하자면, 하플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와 같은 상품을 사고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라는 뜻인가.
류 대표: 맞다. 다이어리를 예로 들었지만, 디지털 굿즈는 스티커, 템플릿(문서 서식 등), 여행일기, 육아일기 등 다양하다. 디지털 문구라고 고민했던 이유다(웃음). 다만, 이러한 문규류 이외에도 디지털 브러쉬, 배경화면, 워크북, 폰트 등 다양한 범위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굿즈라고 많이 언급하고 있다.
디지털 굿즈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IT동아: 그럼 하플은 디지털 콘텐츠를 중개하는 플랫폼 앱인가.
류 대표: 맞으면서도 틀리다. 앱스토어처럼 디지털 굿즈를 사로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도 하지만, 디지털 굿즈를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담고 있다. 하플은 디지털 굿즈 사용자들이 겪고 있던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IT동아: 어떤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듯 디지털 굿즈를 내려받아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류 대표: 아니다.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웃음). 다시 한번 다이어리를 예로 들어보자. 평소 다이어리를 즐겨 쓰던 사용자가 아이패드를 구매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아이패드를 다이어리처럼 사용하고자 ‘굿노트’, ‘노타빌리티’, ‘노트쉘프’, ‘플렉실’ 등과 같은 필기 앱을 내려받았는데,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디지털 템플릿을 찾기란 영 쉽지 않다. 만약 마음에 드는 디지털 템플릿을 어떻게 잘 찾아 내려받아 사용했다면 다행이지만, 그 과정은 꽤나 불편하다. 직접 만들기도 쉽지 않고.
그래서 직접 만들거나 누군가 만든 템플릿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디지털 템플릿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가 등장했다. 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해 사용하고자 하는데, 마땅한 거래 플랫폼이 없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플랫폼에서 구매하더라도 크리에이터가 디지털 템플릿을 내려받을 수 있는 링크를 이메일 등으로 전달해 줘야 했다. 즉, 구매자는 원할 때 바로 구매하기 어렵고, 크리에이터(판매자)도 원할 때 바로 판매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구매자가 크리에이터에게 디지털 템플릿을 구매해 드롭박스와 같은 파일 공유 서비스로 내려받았더라도, 기기에 아무렇게나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디지털 템플릿을 꾸미기 위해 스티커를 사용하는 것도 불편했다. 매번 한 조각씩 잘라서 사용해야 한다. 그만큼 사용 편의성이 떨어진 셈이다.
IT동아: 이해했다. PC로 비유하자면, 다이어리 파일을 구매하고, 이를 내려받아 사용하려고 하는데, 추가적으로 가공해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류 대표: 맞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점도 발생했다. 다이어리에 글만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자님이 처음에 말했듯 다이어리에 스티커까지 붙이며 꾸미는 여학생이 기억에 난다고 하지 않았나. 이전처럼 스티커를 넣고 싶은데, 이게 영 불편하다. 마음에 드는 스티커(그림)를 찾기도 어렵고, 찾았더라도 다이어리 템플릿에 넣는 것이 불편했다.
IT동아: 정리하자면, 호환성의 문제인 셈이다. 지금 언급한 다이어리 템플릿, 스티커 등은 모두 디지털 굿즈인데 이걸 원활하게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류 대표: 정확하다. 사실 아직 국내 디지털 굿즈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필기에 최적화한 태블릿PC의 대표 주자는 아이패드인데, 국내 보급은 해외와 비교해 꽤 늦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학생들이 아이패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시장은 커졌다. 2018년쯤 디지털 굿즈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조금씩 성숙했다.
요즘 대학교에 가면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 사용자는 정말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노트에 필기하듯 아이패드에 필기하는 학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앱’ 환경에 집중했습니다
IT동아: 어떻게 하플을 기획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류 대표: 사실 처음 시작은 실물 다이어리였다. 지난 2019년,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커스텀 다이어리 주문제작 서비스로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되었다. 포토북과 같은 실물 다이어리를 온라인에서 주문 제작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면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웃음). 인쇄 비용, 제본 비용 등을 따져보고 난 뒤에 소수 몇 명의 힘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실물 다이어리를 완성해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아이템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동기들 대부분이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아이패드로 다이어리를 꾸미며 작성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생각했다. 손으로 적는 실물 다이어리처럼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 템플릿을 제작해 보자고.
이후 PDF 형태의 다이어리인 ‘하이디 플래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2020년 초부터 제작을 시작해 스마트스토어와 와디즈를 통해 선보였다. 이후 하이디 플래너를 포함한 7개의 상품을 판매하며 2년간 누적 판매 2,000건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때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IT동아: 그러니까 직접 디지털 굿즈를 제작한 셈이다.
류 대표: 맞다. 2021년까지 하이디 플래너를 제작하고 판매하며, 디지털 굿즈 시장의 불편함을 직접 경험했다. 이후 기획한 것이 하플이다. 다이어리, 플래너, 스티커 등 다양한 디지털 굿즈를 사람들이 어떻게 구매하는지,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판매하는지, 원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등을 몸소 체험한 결과였다. 그리고 시장 반응을 살폈다.
당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웃음). 아이패드로 필기 앱이나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사용자들이 모여 있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불편해하는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했다. 그렇게 불편사항을 파악하며, 지금의 하플 앱을 기획할 수 있었다.
2021년 중순부터 하플 앱을 기획했고, 디지털 굿즈를 폴더별로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보관함’, 취향에 맞는 디지털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 나만의 디지털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스튜디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 등을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지금도 디지털 굿즈를 판매하는 크리에이터와 디지털 굿즈를 필요로 하는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완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IT동아: 하이디 플래너라는 디지털 굿즈를 제작해 계속 판매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굳이 앱으로 하플을 기획하고 선보인 이유가 궁금하다.
류 대표: 선택과 집중에 대한 결과였다. 하플은 어디까지나 필기를 원하는 태블릿PC를 위한 플랫폼이다. 웹으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생각했지만, 많은 사용자가 아이패드를 선호하고 있는 환경에서 웹보다는 앱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아이패드에서 다이어리, 플래너, 스티커 등과 같은 디지털 굿즈를 다른 앱과 바로 연동할 수 있도록 - 드래그 & 드롭으로 쉽게 옮길 수 있도록 - 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하이디 플래너를 웹으로 판매하며 겪은 불편함을 그대로 계승하고 싶지 않았다. 구매자가 바로 디지털 굿즈를 내려받고, 보관과 이용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앱 형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굿노트를 포함한 여러 필기 앱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드로잉 앱 등 이미지를 넣을 수 있는 서비스, 앱 등에서도 디지털 굿즈를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굿즈 시장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IT동아: 앱 출시 후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류 대표: 좋았다(웃음). 크리에이터와 구매자 양측으로부터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구매자로부터 ‘하플을 알게 된 이후부터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많은 서비스들이 편리함을 강조하며 광고하지만, 하플이 정말 편했습니다’, ‘하플 앱에 있는 보관함을 통해 갤러리나 다른 앱에 스티커를 여기저기 보관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등의 의견을 받았다.
크리에이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디지털 굿즈를 구매자에게 전달할 때 여러 앱이 요구하는 형태에 맞춰 보냈어야 하는데, 이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해 줬다. 사용이 편리하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여러 리뷰를 통해 ‘하이디 플래너를 제작하며 우리가 느꼈던 불편함을 다른 구매자와 크리에이터도 똑같이 느끼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우리 스스로도 아직 하플은 베타 버전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반영할 기능과 업데이트도 많이 남은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정식 버전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9월 초 늦어도 10월에는 정식 버전을 선보일 수 있을 듯하다. 사실 개인사업자였던 아일로를 법인으로 전환한 시기도 2022년 1월이었다. 이제 막 1년 차를 넘긴 새내기 스타트업이다(웃음).
IT동아: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류 대표: 우선적으로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정식 버전 하플 앱을 선보이는 것이다. 조금 더 원활하게 크리에이터와 구매자가 디지털 굿즈를 거래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하고 있다. 디지털 굿즈 영역도 넓히려고 한다. 다이어리, 플래너, 스티커뿐만 아니라 디지털 브러시, 배경화면 등 다양한 디지털 굿즈 카테고리도 추가할 예정이다.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디지털 굿즈에 대한 저작권도 고민하고 있다. 무단 도용에 대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처음 언급했지만, 디지털 굿즈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국내 태블릿PC 시장도 해외와 비교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주 사용자 연령대가 20대부터 30대, 그리고 10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자연스럽게 확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곧 디지털 굿즈 시장은 태동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플은 구매자와 크리에이터가 만족할 수 있는 디지털 굿즈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갈 예정이다. 앞으로도 하플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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