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탓”이라는 ‘강서구 빌라왕’ 배후에 법원 징역 8년 선고
서울 강서구·은평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을 벌인 ‘강서구 빌라왕’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해자들의 75%는 사회 경험이 없는 20·30대 청년들로, (신씨는) 임대차보증금이 당연히 반환될 것이란 심리적 기대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이 손해액을 일부 갚았다고 하지만, 갚은 손해액은 21억원 정도로 전체 피해 금액의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됐을 뿐’이라는 신씨의 주장에 대해 “이를 인정하기 어려울 뿐더러, 설사 정책에 일정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위험부담을 전가해 이익을 실현한 피고인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탓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신씨가 빌라를 경매로 처분하면 피해 금액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는 점,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서울 강서구와 은평구 일대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범행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그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업체에 명의를 빌려준 ‘바지사장’ 김모씨와 공모해 이른바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빌라를 수백 채 매입해 임차인 37명으로부터 80억300만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신씨의 또 다른 ‘바지사장’ 중엔 강서구 일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240여채를 소유했다가 지난해 7월 제주도에서 사망한 일명 ‘강서구 빌라왕’ 정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선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사기범들에게 잇따라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지난 12일 ‘세 모녀 전세사기’의 주범 김모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서수정 판사도 지난 6일 강서구 일대에서 전세사기로 임대차보증금 84억원을 가로챈 ‘1세대 빌라왕’ 이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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