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는 관행, 죄 될 줄 몰랐다"…'강서구 빌라왕' 배후, 징역 8년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서울 강서구 등지에서 빌라·오피스텔 수백채를 소유하고 있다가 지난해 제주도에서 숨진 정모씨 사건의 배후인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신모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23.1.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을 저지른 '강서구 빌라왕'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해자의 75% 이상은 사회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20~30대다"라며 "피고인은 임대차 보증금은 당연히 반환되는 것이라는 신뢰를 이용해 이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일부는 보증보험으로 변제를 받았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그 금액은 합계 21억원 정도로 전체 피해금액인 80억원의 4분의 1에 준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이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잘못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리베이트로 이익을 실현한 원인으로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의 배상신청에 대해서는 "임대차 목적물 처분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고 합의한 부분도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씨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바지 임대인'을 여러 명 두고 무자본 갭투자를 벌여 피해자 37명에게 80억300만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신씨는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 수백 채를 사들인 후 세입자들로부터 매매대금보다 높은 임대차 보증금을 받아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분양대행업자, 공인중개업자, 무자본 갭투자자 등에 분배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은 금액은 건축주에 분양대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무자본 갭투자자의 명의로 이전하기로 하는 거래 구조를 계획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신씨는 최후 진술에서 "당시 갭 투자는 관행이었다. 정말 죄가 될 줄 몰랐다"며 "죗값을 받고 나면 경매 등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신씨는 서울 강서구에서 주택 240여채를 보유해 전세사기를 저지르다가 2021년 7월 제주도에서 숨진 '강서구 빌라왕' 정씨의 배후로 지목됐던 바 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