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메디톡스·에볼루스’ 양자 합의문 전문 공개… “메디톡스 승소해도 나보타는 산다?”
에볼루스 사업 지속위한 국내외 민·형사 소송 이슈 해소에 중점
“양자 합의에도 메디톡스 제기한 국내 민·형사 소송 그대로 진행”
합의문 속 ‘필요한 한도’, ‘통제 범위’ 해석 놓고 의견 엇갈려
메디톡스 승소시 에볼루스에 타격…메디톡스 상대 손배소 가능성
“메디톡스 최종 승소에도 나보타 생산·수출 유지” 관측도
하지만 오리지널제품인 보톡스 제조사 앨러간을 포함한 3자 합의에 이어 양자 합의까지 이뤄진 상황에서도 지난 2017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은 빠짐없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형사 소송의 경우 지난해 대웅제약은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메디톡스는 즉각 항고하기도 했다. 2021년 2월 합의에 따라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에 지급하기로 한 로열티 등의 효과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14일 메디톡스와 미국 에볼루스가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최종심결(2020년 12월) 이후 체결한 양자 합의문 전문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 양자 합의문 전문(evolus medytox settlement and license agreement)은 구글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에볼루스가 영위하는 나보타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ITC 최종심결 직후인 2021년 2월 메디톡스, 앨러간, 에볼루스 등 3자 합의 계약과 동일한 시기에 이뤄졌다.
당시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나보타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취지로 대웅제약이 ITC 최종판결에 반발하는 상황에도 독자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메디톡스, 앨러간(애비브) 등과 로열티 합의 계약을 추진했다. 당시 최종판결이 잘못됐다며 연방법원 제소를 추진 중이던 대웅제약이 합의에서 빠졌지만 에볼루스는 빠르게 나보타사업을 안정화하기 위해 로열티 등 비용 지출을 감수하기로 판단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국내 나보타 균주 관련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의 해외(미국·유럽 등) 나보타사업 영위(대웅제약의 나보타 공급 및 수출 등)를 보장하는데 합의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필요한 한도 내에서(To the extent necessary)’, ‘통제범위 내에서(within Medytox’s control)’ 등 일부 영어식 표현에 대한 해석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나보타에 대한 국내 민·형사 소송은 취하 없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2건의 합의 계약에도 메디톡스는 관련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웅제약의 무혐의 판결을 내린 형사 1심 결과에 볼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민사의 경우 지난 2월 재판부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공정, 영업비밀 등을 불법으로 취득해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 나보타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폐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여기에 손해배상금 40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메디톡스에 지급하라고 했다. 해당 민사 1심 판결로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나보타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메디톡스가 제기한 민사 소송으로 인해 실제로 에볼루스가 나보타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대웅제약이 판결 직후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에볼루스는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와 체결한 합의문 내용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민사 1심 판결 내용은 통제범위 내에 있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합의문에는 기존 소송에 대한 ‘철회(withdraw)’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합의문과 무관하고 합의 이후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반면 형사 소송의 경우 작년 2월 검찰은 대웅제약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사 소송 1심 판결과 달리 대웅제약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당 판단에 대해서는 메디톡스가 즉각 행동을 취했다. 판결 직후인 2022년 3월 항고를 제기했다. 이후 항고가 받아들여져 서울고검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명령은 하급 검찰청이 혐의 없다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상급 검찰청이 항고를 받아 검토한 뒤 재수사를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2021년 3자 및 양자 합의가 체결된 이후 이뤄진 항고로 메디톡스가 소송과 관련된 새로운 ‘코리안액션’을 취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유리하게 판결이 나온 민사에서는 소송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통제범위 밖이라는 이유로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형사에서는 사건을 검찰이 맡기 때문에 직접적인 소송 당사자가 아닌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펼쳤다는 점이 양자 합의문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작년 형사 고소 1심 결정(대웅제약 무혐의)에 대한 메디톡스의 항고 행위는 합의문 계약을 위반하는 사례가 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청구 취지에 따라 균주 반환, 제조 및 판매중지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고 이를 메디톡스가 집행하는 경우 대웅제약이 에볼루스에 공급하는 물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에볼루스가 합의 위반을 사유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메디톡스가 보유한 약 500억 원 규모 에볼루스 주식(507만1989주)도 대웅제약과 벌이는 소송에 의문을 갖게 하는 요소다. 메디톡스가 최종 승소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에볼루스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고 주식가치 하락도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최종 승소하게 되더라도 에볼루스의 나보타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한 다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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