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지도부, 병사들 배신"…경질당한 장성 메시지에 '술렁'
3주 전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무장 반란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지휘부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러시아군 장성의 폭로가 충격파를 더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어제(13일)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군 소장인 이반 포포프(48)는 최근 자신이 지휘했던 제58 제병합동군에 보낸 작별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 지도부가 병사들을 배신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포포프 소장은 이 음성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우리 대열을 돌파할 수 없었지만 가장 결정적이고 긴장된 순간 고위급이 배후에서 배신적 일격을 가했다"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그는 상부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직위에서 해제됐다며 "대포병 정찰 및 반격의 부족과 적의 포격으로 인한 대량의 사상자 발생에 대한 주의를 상기시켰다. 나는 이에 더해 여러 다른 문제를 제기했고 가장 솔직하고 극도로 거친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병사들을 "내 사랑하는 검투사들"이라고 부르면서 "나는 거짓말 할 권리가 없다. 그래서 현재 군대 내 모든 문제에 대해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도발적 발언은 퇴역 장성 출신인 안드레이 구룰료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포포프 소장이 자신의 메시지가 공개되기를 원했는지 불분명하지만 작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이 보여온 졸전의 원흉이란 비난을 받아 온 군지휘부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포포프 소장은 '배신적 일격'을 가했다는 러시아군 고위 인사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서방에선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겨냥한 발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는 포포프 소장의 발언이 지난달 23∼24일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을 일으키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비난했던 내용과 맥이 닿는 듯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던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의 탄약 부족과 열악한 군수품, 무능을 비난해왔으며 급기야 지난달에는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처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포포프 소장이 "크렘린궁에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우크라이나 작전 지휘권을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박탈해 달라고 요구하려 시도했을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더타임스는 포포프 소장의 메시지가 러시아군 내 불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나아가 텔레그래프는 이러한 메시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좌를 흔드는 '지진'이 될 수 있다면서 "포포프는 신망이 있는 지휘관이기 때문에 그의 불만은 프리고진의 과잉 흥분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잡범 출신인데도 푸틴 대통령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키워 온 프리고진과 달리 군 내부에서 신망을 쌓아 온 지휘관인 포포프 소장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러시아군의 혼란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포포프 소장은 지난 6월부터 우크라이나전 최전선인 자포리자 지역에서 제58 제병합동군을 맡아왔습니다.
텔레그래프는 전시가 아닌 평시의 군대에서 무능과 배신을 언급하면서 상관을 비판하는 행위는 심각한 규율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 포포프 소장이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과 관련해 향후 숙청자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ISW는 포포프 소장과 프리고진 간에는 알려진 관계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최소 13명의 러시아군 고위간부가 구금돼 심문받았고 나중에 일부가 풀려났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고위간부 약 15명이 직위해제 및 직무정지 조치를 당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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