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 펌프에선 빗물이 ‘콸콸’…40㎝ 물막이판 못 믿어 모래주머니 쌓은 주민들 [김기자의 현장+]
폭우에 골목길은 배수펌프에서 빗물이 ‘콸콸’
일가족 3명이 참변 당한 인근서 빗물받이 공사
주민들 ‘원성’…구청 관계자들은 폭우에 빗물받이 뚫으려 안간힘
“이틀 전 물난리에 구청 직원들이 조처해 주겠더니 보고만 그냥 갔다. 오늘도 비 쏟아지는데, 겁이나 집에 있을 수가 있나요?”
지난 13일 오후 2시쯤 신림동 한 시장 골목길 주택 앞에서 만난 김(60대)모씨는 쏟아지는 폭우에 우산을 쓴 채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씨는 “지대가 낮아 피해가 날 수 있다고 했는데. 구청에는 소식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8월에도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침수 흔적을 가리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김씨는 반지하 주택 창틀에 설치된 물막이판을 보며 “저 앞집 보이시죠? 가림판으로 막은 곳. 저기 사람 살지 않아요. 지난해 물이 빗물이 들이닥쳐 사람이 죽을 뻔했어요”라며 “물막이판은 설치돼 있지만 주민들은 못 믿어 모래주머니 이중으로 쌓아 둔다”고 했다.
신림동 주택가에는 계단·주차장·식당 등 곳곳에 모래주머니를 쌓아 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반바지에 러닝셔츠를 입고 물막이판을 만지던 안(70대)모 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막이판 바닥이나 틈새에 비닐로 막는다”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인근에 침수 취약지역의 주민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대대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한 곳이어서 주민들은 굵어지는 빗줄기에 불안을 떨어야만 했다.
인근 주택 현관 앞에선 김(70)모씨가 쏟아지는 폭우를 맞으며 물 펌프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아들이 모래주머니를 계단 입구에 옮겨가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김씨는 “물막이판이 없는 것보다 나을 수는 있겠지만, 마냥 믿고 있을수 없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한 주택가 배수관 바로 아래 빗물받이는 넘칠 것을 대비해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는 곳도 있었다. 폭우 탓에 빗물은 경사면을 타고 흐르면서 유속은 빨라졌고, 건물 배수관에서 흐른 빗물까지 더해지자 골목길은 발 디딜 틈도 물바다를 이뤘다. 사람들은 신발이 젖는 것도 포기한 채 빗물 줄기를 위태롭게 피해 다녔지만, 빗물이 고여 있거나 유속 탓에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신발 앞코를 타고 흘려들어 흠뻑 젖을 정도였다. 폭우 탓에 차가 지나칠 때마다 물이 튈 것을 우려해 피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오후 3시쯤이 되자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바로 앞 골목길에서는 5~6명의 구청 관계자가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포크레인을 동원해 빗물받이를 뚫으려 안간힘을 썼다. 순식간에 넘칠 듯한 빗물받이는 각종 흙과 자갈로 넘칠 듯했다. 순간 굵어지는 빗물을 따라 흘러들어온 흙과 각종 쓰레기가 물길을 막아 역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흙과 쓰레기를 일일이 치워가며 물길을 트는 작업이 계속됐다.
굵은 빗줄기에 비를 피해 주차장에 있던 인근 주민 한(60)모씨는 “작년에 그 사단이 났으면 구청에서 미리미리 손을 봤어야지”라며 “오늘같이 비가 쏟아지는데, 지금 와서 공사하면 어떻게 하나”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어 한씨는 “올해는 제발 무사히 지나가야 할 텐데, 침수를 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밤사이 세찬 비가 이어지면서 서울 2개구 4000여세대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14일 오전 6시 기준으로 발표한 호우 대처상황 보고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1분쯤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면서 고압선을 끊어 인근 2000세대 이상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아파트 2000여세대는 복구됐지만 일대 빌라 등은 정전된 상태로, 한전이 복구 작업 중이다. 쓰러진 가로수는 제거됐다. 앞서 서울 도봉구에서 정전 피해가 났던 2123세대는 복구 완료됐다. 전국 6개 시도 21개 시군구 65세대 134명이 일시대피했다. 이중 추가 피해를 우려해 미귀가한 인원은 44세대 104명이다. 서울 일시대피 인원은 전날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축대가 무너져 대피한 인근 20가구 46명을 비롯한 37가구 77명이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확인된 인명피해는 실종 1명, 부상 1명이다. 지난 11일 오후 부산 사상구 학장천 주변에서 실종된 68세 여성은 아직 발견되지 않으며, 부상자는 13일 전남 보성에서 도로 비탈면 유실로 팔목을 다친 50대 남성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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