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배후 컨설팅 업자, 1심 징역 8년…"피해자 75% 20~30대"

전세 보증금 가로챈 혐의…'빌라왕' 배후 지목
임차인 37명 속여 피해액만 80억300여만원
1심 "피해자 75%가 20~30대…전체 복구 아직"
"정책 원인으로 돌리는 것 받아들일 수 없어"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대규모 전세사기 '빌라왕'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컨설팅 업자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 사건 피해자의 75%가량은 사회 경험이 없는 20~30대"라며 "피고인은 임대차 보증금이 당연히 반환되는 것이라는 심리를 이용해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중 일부와는 합의했다고 하지만 변제액이 21억원으로 전체 피해 금액(약 80억원)의 4분의 1 정도에 그쳐 전체 피해가 복구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나아가 "피고인은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범행 원인이라고 하지만 어렵게 보증금을 마련한 피해자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해 이익을 실현한 피고인이 정부 정책을 원인으로 언급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경매로 처분하면 피해 금액이 어느 정도 회복 가능하고 범행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자 중 일부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신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자신의 업체에 명의를 빌려주는 바지 집주인, 이른바 '빌라왕'을 여러 명 두고 '무자본 갭 투기'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신씨는 임대차와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빌라 등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임차인 37명을 속여 보증금 80억3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240여 채를 매수·임대한 뒤 제주도에서 숨진 '빌라왕' 정모씨 범행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다. 수사당국은 이외에도 다수의 빌라왕이 신씨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했다.

이들은 역할을 분담한 뒤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형 신축 빌라를 타깃으로 삼고 동시 진행이 가능한 매물들을 물색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신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공범으로 추정되는 무자본 갭 투자자들과는 가담 정도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신씨 측 변호인은 "갭 투자자와 리베이트를 나누기로 한 부분은 모두 인정한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가미돼 결과적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결심공판에서 신씨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죄가 될 줄 몰랐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 믿고 싶었지만 현실을 일부러 외면한 것 같다"고 최후진술 했다.

그러면서 "저의 경솔함으로 너무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두렵지만 제가 받아야 할 벌"이라며 "전 재산을 팔아 피해를 보상하고 싶지만 죗값을 받고 나면 경매 등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한편 '돌려막기' 방식을 이용해 84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강서구 빌라왕' A씨도 지난 6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A씨는 2017년 6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서울 강서구 등지에서 총 43명으로부터 총 84억4200만원 상당의 임대차 보증금을 지급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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