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어도 숨 차"…배우 신구 앓고 있는 '심부전증' 무슨 병?
"요새는 숨 쉬고 있는 게 고맙다."
올해 88세인 배우 신구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인공심장 박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며 심부전(心不全)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박동기 수명이 8~10년쯤 간다고 한다"면서 "다음 작품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이 나이에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 고민돼 확답을 못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부터 연극 '라스트 세션'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그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도 심부전 진단 사실을 밝히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 있다"고 말해 대중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심부전은 심장의 구조적·기능적인 문제로 인체 조직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암과 비견될 만큼 치명적인 질환으로, 5년 내 사망률이 60~70%로 폐암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심장·뇌혈관 질환 중 가장 빠르게 사망률이 증가하는 병이 심부전이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2021년)에 따르면 심부전 사망률은 10만명당 15.9명으로 2011년 대비 82.8% 증가해 급성 심근경색증(1.6%), 뇌출혈(6.8%), 뇌경색(12.1%) 등 주요 순환기계 질환을 크게 앞섰다.
심부전은 심장 혈관이 막히거나(관상동맥질환), 맥박이 불안정하거나(부정맥), 심장근육 자체가 약해지는(고혈압, 당뇨, 심근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 심부전의 증가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가 견인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미정 교수는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심부전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며 "최근에는 생활 습관에 의해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에 의한 심부전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커져 60~70대의 5.5%, 80세 이상은 12%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는 통계가 있다.
심부전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동반돼 초기에는 활동 시 숨이 차다가 이윽고 눕거나 잠을 잘 때마저 숨찬 증상을 호소한다. 발목과 종아리가 붓고 심한 경우 복수가 찬다. 일부는 소화가 안 된다고 말하는데, 이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입맛이 없어 체중이 빠지는 것도,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나이 탓이 아닌 심부전 때문일 수 있다. 김미정 교수는 "전신 상태가 쇠약한 노인은 갑자기 심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운동장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찬다거나, 전과 똑같은 층수의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어졌다면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심부전은 크게 4단계로 구분한다. 이 중 증상은 없지만, 심장의 구조나 기능 이상이 시작되는 2단계부터는 원인 질환과 생활 습관 교정, 심부전 약물 치료가 권고된다. 혈액 검사나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어 적극적인 진단이 필수다. 방치하면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이 뚝 떨어지는 3단계를 거쳐 암만큼 사망률이 급증하는 4단계로 악화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약물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심장이식이나 인공심장 박동기 등 보조장치를 삽입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심부전의 약물 치료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환자가 증가하면서 경제성을 이유로 제약사가 약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도 국민 건강을 위해 도입에 힘을 싣는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는 지난 1일부터 만성 심부전의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다. 심장에 좋은 신경 호르몬은 활성화하고, 해로운 호르몬은 억제하는 약물이다.
당뇨병 치료제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 등 두 종류의 SGLT-2 억제제도 좌심실 수축 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치료에 적응증을 획득했다.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심부전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뇨병은 체내 혈당이 관리되지 않는 병으로, 혈관이 망가져 특히 콩팥과 심장에 무리가 가기 쉽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원영 교수는 "당뇨병과 밀접한 관련성을 입증한 합병증 데이터들이 발표되면서 통합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 좋은 식습관 갖기 : 소금(된장, 간장, 고추장)과 당분 섭취를 줄이고 채소, 단백질, 견과류를 골고루 먹는다. 식자재는 신선하고 가공이 덜 될수록 좋다. 특히 노인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3. 운동하기 : 1주일에 3일,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한다. 운동 전 3분 이상 준비운동(스트레칭) 한다. 힘든 운동이 어렵다면 평지를 본인의 속도로 걸으면 된다. 하루 7천 걸음까지 천천히 늘려보자.
4. 비만 관리 :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한다.
5. 약물치료 : 심부전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 위주로 고혈압, 이상지혈증, 당뇨병을 꾸준히 관리한다.
6. 본인과 가족을 위해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의 증상을 숙지하고 심폐소생술을 배운다.
도움말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미정 교수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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