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니’의 주인공, 할리우드 배우 파업 이끈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이 14일(현지시간)부터 파업에 돌입하면서 참여 배우들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파업을 이끌고 있는 프랜 드레셔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회장은 40대 이상의 미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다. 1990년대를 강타한 인기 TV시리즈 <더 내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뉴욕 퀸즈 출신 유대인 여성이 뉴욕 상류층 세계에서 내니로 일하며 겪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시즌 6까지 방영되는 동안 특히 실제 퀸즈 출신인 드레셔의 특유의 억양과 목소리가 화제가 됐다.
당시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를 지녔다는 평을 받은 드레셔는 이번에는 같은 목소리로 약 43년 만의 배우 파업을 선언했다. 13일 열린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리가 피해자다. 우리는 매우 탐욕스러운 집단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며 대기업 스튜디오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또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노동계 전반에 중요하다”면서 “사측은 월스트리트와 탐욕을 우선순위로 삼았고 기계를 돌리는 필수 기여자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올해 65세인 드레셔는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배우 활동을 하며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고 투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고, 이후 책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암환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드레셔는 스스로를 ‘반자본주의자’로 지칭하면서 기업의 ‘탐욕적 행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고용계약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기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돌체앤가바나 패션쇼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드레셔는 이에 대해 “나는 일을 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치열한 경합 끝에 배우조합 회장에 당선된 드레셔는 작가조합과는 달리 내분이 끊이지 않았던 배우조합의 화합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다시 부활한 전국적인 노동운동을 이끄는 얼굴”이 된 드레셔가 배우 16만명의 운명을 좌우하는 위치에 섰다고 전했다. 배우조합에는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맷 데이먼 등 톱스타들도 소속돼 있는데, 이들도 파업 지지를 선언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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