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공수처 ‘경무관 뇌물수수 사건 변호인 입회 제한’에 제동

“피의자 신문 참여 제한할 사유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경무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핵심 피의자 측 변호사의 입회를 제한한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앞서 법원은 공수처가 피의자 압수물과 관련한 디지털포렌식 참관 과정에서 해당 변호사 입회를 제한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공수처는 법원의 준항고 결정문을 송달받는 대로 재항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7일 이상영 전 대우산업개발 회장 측 A변호사가 공수처의 피의자 조사 입회 제한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준항고를 일부 인용했다. 법원 관계자는 “공수처가 A변호사의 피의자 신문 참여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준항고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고 밝혔다.

‘일부 인용’ 판단이 난 이유는 이 전 회장 측이 제기한 준항고 가운데 A변호사에 대한 피의자 조사 입회 요구만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준항고 신청인에는 A변호사뿐 아니라 법무법인까지 포함돼 있었는데, 법원은 법무법인의 준항고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공수처의 포렌식 참관 제한에 이어 ‘피의자 신문 제한’ 조치도 제동

그간 공수처는 A변호사가 이 전 회장 조사에 입회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공수처가 A변호사를 상대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징계를 청구한 상태이며, 아직 최종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사유였다. 공수처는 A변호사가 이 전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자금세탁자 B씨와 이 전 회장 양쪽을 대리하는 등 변호사 윤리를 어겼다고 보고 지난 3월 변협에 징계를 청구했다. 공수처는 양쪽을 대리하는 A변호사가 이 전 회장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진술을 조작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변협은 A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변협은 지난달 26일 공수처의 A변호사 징계청구건에 대해 A변호사가 양측을 대리한 사실이 인정되지도 않고, 양쪽이 상반되는 입장도 아니라며 공수처의 징계 청구를 기각했다.

이밖에도 A변호사는 이 전 회장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참관이 거부된 것에 대해서도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해 일부 인용 받았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달 2일 “공수처 검사가 지적하고 있는 사정들은 디지털포렌식 절차에 있어 A변호사의 참여권을 배제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며 A변호사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공수처는 잇따른 법원과 변협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법원의 디지털포렌식 참관 거부 건에 대한 준항고 인용 판단에 대해서는 재항고한 상태이며, 변협의 징계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기각 이유서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이의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 조사 입회 제한 건에 대한 최근 법원 판단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문을 송달받지 못한 상태”라며 “결정문을 받고 검토해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전날에도 이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A변호사 입회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조사는 또다시 불발됐다. 공수처가 이번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도 불복할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한 공수처의 조사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