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모자라요"…박보검·아이유가 얼음물 끼얹은 이유

이창섭 기자 2023. 7.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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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이스버킷 챌린지 유행… 아이유·박보검·임시완·이영지 등 참여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센터' 건립 비용 모금 위해
부족 예산 약 119억원, 정부의 100억원 지원으로 20억원만 남은 상태
배우 임시완(왼쪽)과 가수 아이유(오른쪽)가 2023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기 위해 얼음물을 자신의 몸에 끼얹고 있다. 찬 얼음물이 몸에 닿는 순간 근육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체험을 통해 근육이 위축돼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된 루게릭병 환자의 고통을 잠시나마 공감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국내 최초로 세워질 '루게릭요양센터' 건립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이뤄진다./사진제공=인스타그램 캡처

"앞으로도 루게릭 환우분들을 향한 응원이 끊임없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지난 11일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가수 아이유가 얼음물을 끼얹으며 한 말이다. 같은 날 배우 박보검이, 12일에는 배우 임시완이 자기 몸에 찬물을 뿌렸다. 가수 이영지는 지난 13일 트위터에 "얼음물을 맞는 대신 기부하는 방법도 있다는 거, 널리 퍼졌으면 합니다"라며 승일희망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한 인증샷을 올렸다.

2014년과 2018년 이른바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환우를 응원하기 위해 시작됐던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올해 다시 성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루게릭요양센터'가 착공을 앞뒀기 때문이다. 건립 총예산 203억6000만원. 모금액을 제외하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약 119억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14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정부가 루게릭요양센터 건립에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승일희망재단이 보건복지부의 '중증희귀질환 전문요양병원 건립 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재단 관계자는 "어제(13일) 승일희망재단이 예산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며 "그것까지 고려하면 현재 부족한 건립비는 약 20억원으로 이번 챌린지를 통해 모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3년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이자 지누션의 멤버 가수 션으로부터 시작됐다. 션은 지난 10일 "루게릭요양병원 건립, 착공을 시작으로 완공이라는 현실을 기대하며 벽돌 한 장씩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2023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시작한다.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만원을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기부하라"며 챌린지에 참여할 연예인들을 지목했다.

승일희망재단은 2011년 설립된 루게릭병 환우를 위한 비영리재단법인이다. 농구선수였으나 2002년 루게릭병에 걸린 박승일씨의 이름을 땄다. 박씨는 션과 함께 재단의 공동 대표다. 재단은 국내 최초의 루게릭요양센터 건립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2018년 건설 부지 확보 이후 5년간 노력한 끝에 오는 9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박씨가 "이건 살아있는 지옥"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루게릭병 환자들은 큰 고통을 겪는다. 운동신경세포가 소실돼 근육이 약화하고, 사지가 마비된다. 음식물을 삼킬 수도 없으며 증상이 심하면 숨쉬기조차 어려워 사망하고 만다. 의식은 일반인과 똑같지만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어 24시간 가위에 눌린 것과 같은 상태로 지내야 한다.

환자를 종일 돌봐야 하기 때문에 간병하는 가족의 고통도 크다.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국내 수 천개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있지만 루게릭병 환자만을 위한 시설은 없다. 재단이 루게릭요양센터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루게릭요양센터는 경기도 용인시에 만들어진다. 규모는 지상 4층, 지하 2층이며 76병상을 보유할 예정이다. 입원실, 진료실, 물리(작업)치료실, 강당, 목욕실, 휴게실, 식당, 옥외 정원 등을 갖춘다. 오는 9월 계획대로 착공하면 2024년 10월 준공 및 개원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의 '중증희귀질환 전문요양병원 건립 사업'에 신청하려면 내년 하반기 안에 전문요양병원 완공이 가능한 사업 계획을 보유해야 한다. 신축될 건물은 최소 75병상 이상 보유해야 한다. 승일희망재단과 루게릭요양센터는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루게릭병을 완치할 약은 나오지 않았다. 김현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효과를 입증해 승인받은 약제는 '리루졸'과 '에다라본' 두 가지가 있다"며 "두 약제 모두 증상을 호전시킬 순 없고 악화 속도를 늦춰주는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이 개발한 루게릭병 치료제 '토퍼센'(tofersen)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는 'SOD1'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루게릭병 환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교수는 "원인 유전자를 타깃해서 없애는 치료가 시도되지만 대부분 루게릭병 환자는 산발성이고 원인이 유전자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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