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하정우·주지훈의 김치맛 '미임파'? 복병은 맞네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3. 7. 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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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 리뷰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4대 배급사 여름 개봉작 중 가장 관객들의 주목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아마도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이 아닐까 싶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등 '핫'한 스타들의 멀티 캐스팅이 돋보이는 류승완 감독의 '밀수'나 한국 영화 최초 달 탐사를 소재로 한 김용화 감독의 '더 문',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으로 기대감을 모으는 웹툰 원작 영화 '콘트리트 유토피아'까지. 특색있는 영화들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익숙한 두 남자 배우를 앞세운 '버디물'은 보기도 전에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비슷한 소재를 다룬 '모가디슈'와 '교섭' 같은 영화가 이미 나오지 않았나.

그러나 지난 1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비공식작전'은 이 같은 우려, 혹은 기대 없음을 충분히 상쇄시켜주는 작품이었다. '끝까지 간다' '터널'로 완성도 높은 연출력을 입증해 보였던 김성훈 감독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영화는 1986년 1월31일 내전으로 인해 혼란한 상황인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 외교관이 몸값을 노린 현지 무장단체에 납치가 되는 장면을 그리며 시작한다. 그 일이 있은 후 1년8개월, 서울 외무부 중동과에 전화가 걸려오고 마침 사무실에 있던 외교관 이민준(하정우 분)이 이를 받게 된다. 외무부만 아는 암호를 통해 자신이 1년8개월 전 사라진 오재석 서기관임을 알리는 발신자의 메시지에 충격을 받은 이민준은 이를 보고하고, 외무부는 생사가 확인된 오 서기관을 되찾아 오기 위해 방법을 강구한다.

대선과 88올림픽 등 큰일을 앞두고 있어 공식적인 구출 작전 진행이 어려운 상황. 외무부 장관은 청와대 비서실과 논의 끝에 안기부에 이를 알리지 않고 외무부 선에서 조용히 해결하고자 한다. 그에 따라 이민준이 전직 CIA 요원의 협조를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중재자 헤이스 샤이토에게 접촉한다. 그를 통해 오재석 서기관의 생존을 확인한 이민준은 무장단체에 몸값을 전달하고 오 서기관을 구해 올 요원으로 현장에 투입된다.

베이루트에서의 상황은 처음부터 좋지 않게 흘러간다. 한국인이 몸값을 들고 입국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현지 군인들이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이민준을 막아선다. 다행히 헤이스가 고안한 방법으로 무사히 현지에서 몸값을 조달하는 데 성공하는가 했지만 그도 잠시, 이민준은 이내 군인들에게 쫓기는 몸이 된다. 몸값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달아나던 그는 공항 앞에서 아무 택시나 타게 된다.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현지 한인 택시 기사 김판수. 어딘지 미심쩍은 택시 기사와 함께 하게 된 이민준은 초장부터 험난한 외교관 구출작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비공식작전' 포스터

'비공식작전'의 가장 큰 장점은 특유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다. 무겁고 심각한 드라마 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이 가득한 두 캐릭터의 관계 변화에 집중한 연출이 돋보인다. 우직한 외교관 이민준을 연기한 하정우와 기회주의자 김판수를 연기한 주지훈의 밀고 당기는 관계, 액션 시퀀스들 사이사이 발생하는 두 사람 간의 엉뚱한 해프닝들 속에서 종종 웃음이 발생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떠올릴 정도로 서스펜스가 넘치는 점도 매력이다. 겉잡을 수 없는 사건의 연쇄가 속도감 있게 이어지고, 지형지물을 활용한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됐다. 더불어 당시 외무부와 안기부 사이의 권력 관계와 반목, 내전으로 인한 레바논의 상황 등에 관한 배경 설명이 풍부한 점은 이 영화에서만큼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주인공이 처해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며 서스펜스를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 외에도 외무부 장관과 안기부 부장 등 당대 다양한 공무원 캐릭터들을 김응수, 김종수, 유승목, 박혁권 등 연기파 배우들이 맡았는데 이들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옥의 티가 있다면 두 남자 사이에 오가는 인류애를 대놓고 보여주는 공항 시퀀스인데, 이 부분은 그때까지 이어온 영화의 톤과는 살짝 어긋나는 것이 사실이라 간지럽다. 어떻게든 마지막에는 감동 코드가 필요한 한국 영화의 인장일까. 132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대해서는 다소 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잘 끌고 왔다. 8월2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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