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사람 위에 나는 새…‘조류퇴치기 철침’ 활용한 까치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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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건물 외벽이나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에 알을 낳거나 둥지를 짓는 건 인간들에겐 골칫거리다.
네덜란드 내츄럴리스 생물다양성 연구센터 오케-플로리안 헴스트라 연구원과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은 최근 공동연구를 통해 유럽의 까치와 까마귀가 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인간이 설치한 조류 퇴치기를 사용해 둥지를 짓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11일(현지시각) 공개했다.
까치는 이 둥지에 무려 148개의 조류 퇴치기를 활용했고, 밖으로 튀어나온 철침의 수만 약 1500여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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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서 조류 퇴치기로 집 지은 까치둥지 발견
까마귀가 알·새끼 훔치는 것 막으려 철침 활용
새들이 건물 외벽이나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에 알을 낳거나 둥지를 짓는 건 인간들에겐 골칫거리다. 도심에선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뾰족한 침이 촘촘히 박힌 조류 퇴치기(버드 스파이크)를 설치하곤 한다. 인간의 이런 노력에 반격하듯 새들이 보란 듯이 조류 퇴치기를 물어다 집을 지은 사례가 나왔다.
네덜란드 내츄럴리스 생물다양성 연구센터 오케-플로리안 헴스트라 연구원과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은 최근 공동연구를 통해 유럽의 까치와 까마귀가 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인간이 설치한 조류 퇴치기를 사용해 둥지를 짓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11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 정기간행물(Deinsea)에 실렸다.
새가 둥지를 짓기 위해 인공적인 재료를 가져다 사용하는 건 오래전부터 관찰됐다. 까마귀가 철조망을 물어다 둥지에 썼다는 첫 보고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둥지는 미국 캔자스 철조망 박물관에 현재까지도 보관되어 있다. 최근까지도 전 세계에서 비둘기, 앵무새, 까치, 까마귀 등의 조류가 못·나사·주사기·뜨개질바늘 등을 물어다 둥지를 짓는데 쓴다는 보고가 계속 있었다.
연구진은 여러 사례 가운데서도 까치, 까마귀를 포함하는 까마귀과 조류의 행동만을 연구 과제로 했다. 까마귀가 조류 퇴치기를 둥지에 사용한 것은 2009년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가장 먼저 관찰됐다. 미루나무 가지 12m쯤에 둥지를 지은 이 까마귀는 조류 퇴치기 16개를 물어다 집을 지었다. 당시 연구진은 까마귀가 인근 공사 현장에서 조류 퇴치기를 뜯어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에서 이런 까마귀 둥지가 속속 발견됐다.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새들이 자신들을 내쫓기 위해 인간이 설치한 재료를 가져다 그 ‘용도’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지난 2021년 7월 벨기에 안트베르펜 한 병원에서 발견한 유라시아까치 둥지는 거의 요새에 가까웠다. 단풍나무 꼭대기 가지 갈림길 위에 지어진 둥지는 조류 퇴치기의 뾰족한 철침이 빼곡하게 돋아나와 마치 고슴도치를 연상케 한다.
논문에 따르면 이 둥지는 2년간 사용되며 두 개의 층이 겹쳐 하나의 큰 둥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까치는 이 둥지에 무려 148개의 조류 퇴치기를 활용했고, 밖으로 튀어나온 철침의 수만 약 1500여개에 달했다. 조류 퇴치기는 병원 지붕에서 떼어낸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까치가 천적의 접근을 막기 위한 용도로 조류 퇴치기를 활용했을 거라고 봤다. 까치는 까마귀와 같은 포식자로부터 새끼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둥지를 돔 형태로 짓는데, 이번에 발견한 돔 형태로 철침이 위쪽에 더 많이 몰려있었다. 인간이 새의 접근을 막기 위해 조류 퇴치기를 설치했듯 까치도 까마귀를 피하기 위해 이를 활용한 것이다.
논문의 주저자인 헴스트라 연구원은 “처음엔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까치가 우리를 능가하고 있다. 새들은 우리가 새를 없애려고 설치한 철침들을 모아서 둥지를 벙커로 만들고 있었다. 정말 멋진 컴백이라고 생각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연구진은 벨기에의 까치 둥지 사례 이외에도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등에서 조류 퇴치기를 활용한 둥지 사례 4건을 연구에 포함했다. 둥지들은 네덜란드 내츄럴리스 생물다양성 연구센터와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으로 이관됐다. 연구진은 이런 둥지가 새끼 새와 번식 성공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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