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대만 통일 의지', 바이든의 '군사 개입 선언', 대만 앞날은?

2023. 7. 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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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러와 적대적 관계 형성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해야

[최재덕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 이어 이번 달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을 이어 가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중국은 크게 호응하지 않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은 "중국과 절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으며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전략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부분적인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과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미국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중국은 "국가안보를 일반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 무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가장 중요한 핵심 현안인 미국의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및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중국의 희귀금속 수출규제와 반(反)간첩법 시행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고, 오히려 중국은 재무장관의 방중 기간에도 대만의 영공과 영해에 전투기와 군함을 지속적으로 투입했다.

시진핑 주석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방중 직전 대만해협 바로 앞에 있는 장쑤성 동부전구 사령부를 방문해 "전쟁과 전투 계획을 심화하고, 실전을 위한 군사 훈련에 집중해 승리 능력 향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미중경쟁의 핵심인 군사· 안보와 첨단기술경쟁, 공급망 재편 및 대만 문제를 제외하고 미중 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일 수밖에 없다.

미중 경쟁이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패러다임이 되면서 미중 사이에 갈등이 더 깊어진다면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구심은 이제 합리적 추론이 되어가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강한 대만 통일 의지와 대만에 대해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한 바이든 대통령의 군사적 개입 선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르갠스키(A.F.K Organski)의 세력전이이론(1958)에 따르면, 기존의 지배국이 압도적 힘의 우위를 계속 점하거나 도전하는 강대국에 지배권을 평화적으로 이전하는 경우 평화를 유지할 수 있지만, 도전국의 경제성장이 급속히 이루어질 경우, 지배국과 경제적·군사적으로 세력 균형이 이루어져 양국의 국력이 대등해질 경우,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국의 불만이 매우 큰 경우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커진다.

우리가 경험했던 영국과 미국의 세력전이가 평화롭게 이루어졌던 데에는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과 미국은 동맹국으로써 공동의 적에 함께 대항해서 싸웠고 영국은 미국의 국력이 영국을 압도적으로 넘어섰음을 명확히 인지했으며 위계질서의 변화에 대해 수용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더해 도전국 미국도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 지배권이 평화적으로 이전되었다. 미국은 대공황과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고립주의를 버리고 자유무역을 택하였고 전쟁으로 인해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면서 자유무역으로 축적된 자본을 바탕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자국의 힘을 세계 각국으로 투사하여 냉전 종식 이후 자타공인 흔들림 없는 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지위에 도전한 것이 중국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영국에 대한 미국의 도전과는 매우 다르다. 영국과 미국의 세력전이를 차치하더라도, 경제력과 군사력에 의한 지배권 다툼, 영토 확장의 야욕과 종교적 갈등이 스페인-네덜란드-영국으로 이어지는 세력전이 과정의 주요 매커니즘이었다면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서구 국가 간의 세력전이가 아닌 동서양의 문명사적 전환, 세계질서에 대한 완전히 다른 청사진,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체제적·이념적 우월성 대결에 기반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어떠한 결말에 이를지, 또 언제 그 결말에 도달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미중 경쟁이 내포한 갈등은 역사적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평화로운 세력전이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모든 군사적 충돌 전에는 갈등 축적기가 있다.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갈등의 축적기를 거쳤다. 그 갈등은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나토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고 이에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였고 러시아에 편입되고자 했던 돈바스 지역에 내전이 발발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친서방과 친러를 오가던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서방으로 선회하면서 2019년 2월 '불가역적인 대서양 노선'을 명문화하고 그해 5월에 당선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유럽연합)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돈바스 반군 간의 전투는 더 치열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1년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받았고, 우크라이나군은 그해 7월 흑해에서 진행하는 나토 '씨 브리즈(Sea Breeze)' 훈련에도 참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 동진해오는 나토를 자국의 안보위협으로 상정한 러시아, 서구와 러시아 사이의 중간국인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친서방 정책 채택,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 약속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2008년부터 쌓여왔던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반대쪽 대만 해협에서도 갈등이 축적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역사적 대업으로 여기는 대만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도 그간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중국이 대만을 무력침공할 경우 미국이 참전할 것을 공식화하며 대만에 최첨단 무기 수출을 연달아 승인하고 군사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의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TSMC의 미국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미·대만 21세기 무역이니셔티브’를 출범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경쟁의 전면에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을 내세우고 있다. 대만의 민진당 정부도 친미 행보를 이어가며 국방력을 강화하고 대만 수호 의지를 높이고 있다.

강대국의 지정학적 충돌이 일어나는 중간국에서는 중간국의 국내 정치 성향이 지정학적 위험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 중간국의 국내 정치가 두 강대국 중 한쪽 편으로 완전히 편중되면 다른 강대국이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여 전쟁의 위험이 커진다. 내년 1월 대만의 대선 결과가 대만 해협의 긴장과 이완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다. 민진당이 계속 집권한다면 대만과 중국 사이에 갈등 해소 없이 갈등 축적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대결의 기저에는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이념과 체제의 대결이 깔려있다. 그러나 양 진영의 경계가 명확했던 냉전기와 달리 자유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의 결집은 그 경계가 흐릿하며, 각 국가는 국익에 따라 이념, 경제, 안보적 측면에 따라 좌표 설정이 가변적이다. 더욱이 중간국의 경우 하나의 강대국에 안보적 책임을 완전히 전가할 수 없으므로 다른 강대국과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외교적 좌표 설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한국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역내 질서의 변화에 대응하여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위상에 맞는 국제질서에 대한 기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미중 간 힘의 대결이 심화할수록 한국 외교의 외연 확장 못지않게 남북관계, 한중관계, 한러관계 등 한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양자 관계에 대한 위기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한중일 협력과 한중관계에 대한 실질적인 전략 없이 지나치게 미국의 대중 전략이나 인도·태평양 전략에 경도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전략적 이익 공유가 매우 중요하며 중국의 핵심 이익 침해로 빚어질 한국의 경제적· 안보적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이는 한국이 미국, 일본, 유럽과 다른 지정학적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군사 공조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협력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포괄적 안보 개념은 민주주의 가치 연대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인 참여뿐만 아니라 한중 경제·안보 협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한국은 강대국과 협력적인 양자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지정학적 대결로 한반도에 투사되는 강대국의 부정적인 압력을 분산하고 아세안과의 경제적 협력에도 더 중점을 두어 경제적 자율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연합뉴스

[최재덕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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