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첫 출석 정유정 "전체적 잘못 인정"… 반성문엔 판사가 읽을까 의구심

주로 바닥 응시… 공소사실 읽는 검사 바라보기도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이 14일 법정에 처음 출석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 재판에 앞서 검찰과 피고인 측이 서로의 입장과 쟁점, 증거관계 등을 정리하기 위한 준비 절차다.

정유정은 녹색 수의를 입고, 동그란 검은색 안경과 흰 마스크를 착용했다. 가슴엔 강력범이나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관찰 대상자를 뜻하는 노란색 명찰이 붙어 있었다. 판사가 생년월일과 주소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는 동안 그는 머리를 숙이고 바닥을 응시한 채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자 잠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도 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유정은 중학생 행세를 하며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1분 피해자 A씨 집에 찾아가 110여 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이어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시신을 훼손해 낙동강 인근에 유기했다.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 질문에 정유정의 변호인은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정한다”고 했다. 판사가 정유정에게도 같은 입장이냐고 묻자 그도 “네”라고 했다.

재판부는 내달 21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 이전에 정유정에게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최근 정유정이 제출한 반성문과 관련해 “반성문 페이지마다 판사가 읽어볼까에 대해 의심하는 대목이 있었다. 반성문을 제출하면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