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이 구축한 늙은 형사, 이러니 '형사록2'에 빠져들 수밖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7. 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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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록2’, 이성민이 끌고 김신록이 미는 믿보배의 향연

[엔터미디어=정덕현]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이성민의 연기에 빠져 이 작품을 보게 된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2>가 돌아왔고, 어김없이 김택록이라는 매력적인 '늙은 형사' 캐릭터에 시선을 뺏긴다. 시즌제 드라마의 관건이 캐릭터라고 볼 때 <형사록>은 확실히 이 김택록이 가진 무게감이 가장 크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이 역할을 200% 만들어낸 이성민 배우의 지분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먼저 이성민은 시즌1에서도 그러했듯이 김택록이라는 늙은 형사 역할을 힘 빼고 시작한다. 나이 들어 이제 치고 올라오는 젊은 형사들에 밀려났고, 워낙 고집불통의 형사라서 동료들이 승진할 때 자신은 제자리다. 이런 김택록 캐릭터를 드라마는 노후 준비하며 중장비 시험을 보지만 연거푸 낙방하고, 서에 복직했지만 여성청소년계로 일종의 좌천을 당하는 모습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청계 팀장인 연주현(김신록)을 만나는데, 어딘가 만만찮다. 김택록의 심기를 툭툭 건드리고, 모종의 일을 꾸미고 있는 냄새가 풍긴다. 하지만 이런 현주현 앞에서도 김택록은 심기가 거슬린다는 표정을 지을 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한때 살벌했을 짐승이 이제 나이 들어 모든 게 귀찮아졌다는 듯한 이 캐릭터를 이성민은 허무한 눈빛과 아무렇게나 자란 희끗희끗한 수염, 그리고 어딘지 쓸쓸해 보이는 구부러진 등으로도 표현해낸다.

그도 그럴 것이 김택록은 자신이 추적하던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주변 지인들만 당한 상황이 됐다. 사건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기도 전에 장회장(안내상)이 사망했고, 부패한 서장이었지만 절친이었던 서광수(김홍파)가 감옥에 가게 된 데다 함께 사건을 수사했던 국진한(진구) 역시 사망했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저들 앞에 김택록은 무력하게만 보인다. 한직으로 밀려난 데다 싸울 의지도 별로 없어 보이고 힘도 없는 늙은 형사 같은.

하지만 이게 김택록의 모습 전부일 리는 없다. 그의 이렇게 힘없고 늙어 싸울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 모습은 일종의 위장전술이다. 허무한 눈빛은 여전히 강렬하게 빛나는 베테랑 형사의 날카로운 눈썰미를 숨기고 있을 뿐이고, 힘없어 보이는 모습은 여전히 주먹 한 방 뻗으면 건장한 사내 몇몇은 날려 버릴 힘을 안으로 꾹꾹 눌러놓고 있을 뿐이다. 그는 여전히 시즌1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미결이라 생각하고 있고,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던 적이 장회장만이 아니고 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김택록은 '늙은 형사'를 가장해 조용히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이성민이 구축한 이 나이 들었지만 그래서 눈치가 백단이고 사건 돌아가는 걸 척하면 척하고 알아보는 이 베테랑 형사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먼저 잡아끈다. 세상을 위해 일한다고 가장하지만 실은 사적 치부를 위해 범죄를 공공연히 저지르는 권력자들이 있고, 그들과 결탁한 부패 경찰들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승승장구한다. 반면에 지킬 걸 올곧게 지키는 김택록 같은 고집스런 형사는 늘 당하고, 좌천되고 어려운 형편으로 살아간다. 그 나이까지 형사 일을 했지만 고시원에서 전전하는 처지라니.

하지만 이러한 대결구도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축소판이다. 그러니 김택록이라는 형사에 쉽게 몰입된다. <형사록>은 사건 자체가 복잡하거나 한 그런 범죄스릴러는 아니지만, 대신 이 매력적인 형사 캐릭터가 있어 저들이 범죄로 만든 부와 권력의 카르텔을 무너뜨려가는 그 과정이 더더욱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형사록>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바로 이 김택록이라는 형사가 사건을 수사하며 남기는 '기록'의 의미도 있지만, 마치 '형사 택록'을 줄인 것 같은 뉘앙스도 풍긴다. 그만큼 캐릭터 중심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성민이 이 늙은 형사를 단단히 세우고 시즌2에서도 만만찮은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을 이끌고 간다면, 이번 시즌에 새로 투입된 연주현 역할의 김신록은 이를 든든히 밀어주는 연기자가 아닐 수 없다. 이성민과 마주 서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이 배우는 웃을 때와 웃음을 거둘 때 너무나 상반된 느낌을 주면서 도대체 정체가 뭘까 하는 궁금증을 만든다.

물론 <형사록2>에는 이성민과 김신록 이외에도 베테랑 연기자들이 줄줄이다. 이번 시즌에도 만만찮은 존재감을 보여줄 전직 서장 서광수 역할의 김홍파는 물론이고, 김택록의 옛 동료인 최도형 재단 이사장 역할의 정진영, 이영호 의원 역할의 주진모, 강력계 형사 이성아 역할의 경수진, 손경찬 역할의 이학주 등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믿고 보는 연기가 작품을 더 쫄깃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시즌 김택록이 과연 진짜 적들을 제대로 무너뜨리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수 있을지,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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