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급여' 논란에 노동계·학계 "일부 개선은 필요, 약자 혐오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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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실업급여 최저선 하향 및 폐지를 추진하며 고용 취약계층을 '비도덕적 집단'으로 치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으로 받는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많은 일부 '역전 현상'은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고용 안전망 확대 없는 실업급여 개편 논의는 섣부르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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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실업은 결코 원하지 않는 상황… 노는 사람 취급 말라” 비판
전문가 “실업급여 하한선 논의 필요하지만, 고용보험 축소 안 돼”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든지 즐기고 있다.”(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업무 담당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실업급여 최저선 하향 및 폐지를 추진하며 고용 취약계층을 ‘비도덕적 집단’으로 치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한국일보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으로 받는 월급보다 실업급여가 많은 일부 ‘역전 현상’은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고용 안전망 확대 없는 실업급여 개편 논의는 섣부르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와 열악한 일자리가 극명히 갈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천명하고도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업급여 수급자= 노는 사람들?
현행 실업급여는 직장에서 해고 등 비자발적 실직을 당한 노동자가 재취업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실업급여는 ‘실업 전 3개월 평균임금 60%’를 지급하되, ‘최저임금 80%(월 184만 원)’를 하한선으로 정했다. 정부ㆍ여당은 실업급여 하한선으로 받는 금액이 실제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급(월 179만 원)보다 높아 실업자의 구직 의지를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실업급여 하한선을 없애거나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자는 게 당정의 정책 추진 목표다.
정부ㆍ여당이 실업급여 수급자를 ‘노는 사람들’처럼 표현한 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갑질119 소속 박성우 노무사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조정하자는 말은 일리가 있지만 다 같이 고민해서 손보면 될 사안"이면서 "노는 데 왜 돈을 주냐는 식의 인식은 사회보장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본 철학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업은 일하는 사람들이 결코 원하지 않는,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한시적으로 지급되는 실업급여를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급과 비교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근로할 당시 국민연금 본인부담금 25%,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50%를 내야 한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의 김재민 회장은 “자신이 낸 고용보험금을 실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법에 규정된 취지에 따라 받는 게 실업급여”라며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 소득이 실업급여보다 적다면 낮은 최저임금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실업급여 줄이면 취업? "노동의 질도 개선돼야"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낮춰 취업을 증가시킨다고 해도 열악한 일터로 노동자를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김재민 회장은 “현실에서는 아파트 경비원만 해도 1년짜리 계약이 없어지고 3개월 단위 단기 근로계약이 많아지고 있다”며 “실업급여 하한선 논의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의 질 개선”이라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는 대상 폭도 작고 받기도 까다로워 그 대상을 넓히는 게 급선무”라며 “고용안전망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에서 실업급여 하한선을 문제 삼는 것은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업급여 개편이 논란이 되면서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실업급여 개편에 따른) 우려되는 내용들은 잘 알고 있고, 그런 부분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도 회의에서 “(실업급여 개편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보다 (야당과)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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