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끌어올린 獨 ‘인구정책’, 어떻게 만들어지나[저출산 0.7의 경고-독일편①]
[헤럴드경제(독일 헤센 비스바덴)=김용훈·김영철 기자] 지난 1970년 2.02명이던 독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통일 이후 1.24명(1994년)까지 떨어지면서 ‘멸종하는 민족(aussterbendes Volk)’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독일 합계출산율은 1.58명(2021년 기준)으로 1.5명을 웃돈다. 아이를 낳으면 12개월간(최장 14개월) 실질소득의 67%를 지급하는 ‘부모수당(Elterngeld)’ 등 다양한 인구정책이 효과를 본 덕분이다. 독일의 훌륭한 인구정책들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그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선 찾아보기 어렵다.
헤럴드경제가 주목한 것은 ‘독일의 훌륭한 인구정책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였다. 20년째 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는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내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중구난방 대책으로 출산율 하락 방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헤럴드경제의 독일 현장취재에 동행한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독일 연방인구연구소(BiB)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조언에 따라 지난달 19일(현지시간) BiB를 찾았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서쪽으로 40여분 차를 달리면 헤센주의 주도 비스바덴에 도착한다. 비스바덴 중앙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독일 연방정부 내무부 산하 BiB가 있다. BiB 1층 회의실에서 만난 연구 책임자 마틴 부자드(Martin Bujard) 박사(부국장·사진)는 “BiB는 독일 인구 변화의 원인을 찾고,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각종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안들을 연구해 연방 정부와 부처에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인구 변화’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들과 이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선제적으로 진행한다는 의미다.
이는 그 어떤 나라보다 저출산 정책이 풍부하지만, 그 결과는 세계 꼴찌 출산율(0.78명)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가 깊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저출산 정책에 380조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 의뢰로 부산경제연구소가 지난 4월 내놓은 '초저출산 탈피 해외사례 검토 및 국내 적용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내부에서조차 “우리나라의 저출산 정책은 거의 모든 선진국 정책을 망라해 시행했지만, 비효율적이고 산만한 정책 집행으로 행정력을 낭비하고 정책 실효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또 있다. BiB는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관련된 주제’를 모두 포괄해서 함께 연구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BiB의 기존 연구주제는 출산, 이주, 고령화 등이었지만, 최근에는 ‘교육’도 추가했다. 부자드 박사는 “교육이 출산율, 이민, 고령화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 역시 저출산 만큼이나 심각한 인구 문제다. BiB가 발행한 최근 보고서엔 최근 독일 정년조정에 따른 노인부양비(생산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에 따르면 독일은 노령연금 수급조건을 지난 2012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점진적으로 65세에서 67세로 변경키로 했다. 이에 따라 1964년 이후 출생자의 연금수급 연령은 67세로 2년 연장됐다. 이 덕분에 생산연령인구도 20~67세까지 늘어나 2031년 부양해야 하는 노령인구가 48.4명에서 40.4명으로 8명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상림 박사는 “인구 문제가 단순히 현금 지급 확대 등 복지만으로 풀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우리 인구정책 거버넌스에서 노동, 교육 등까지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가 훨씬 심각하다. 17년 후인 2040년 국내 인구의 34.4%는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 2070년 한국의 노년부양비는 100.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계에선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1%포인트(p)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3% 하락한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정책 결정 구조에선 독일처럼 정년과 연금수급 연령 연장 논의를 하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도 노동·연금 개혁을 통해 정년과 연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지만 현재로선 ‘여론의 반대’라는 큰 벽에 부딪힌 상태다. 독일 BiB 같은 ‘상시적인 조직’ 대신 노동개혁을 위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연금개혁을 위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등 ‘한시적인 조직’을 운영한 탓이 크다. 한시 조직은 설립 초기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의심받을 수 받을 수밖에 없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내놓은 연구 결과에 대한 국민적 오해가 대표적이다. 여유를 두고 토론과 합의를 통해 위원회 내부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도 힘들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독립적이며 정당 정치를 초월한다’는 기본 원칙을 걸고 지난 1973년부터 50년 간 관련 연구와 제언을 해 온 BiB 같은 ‘상시적인 조직’이 필요한 셈이다.
BiB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되는 독일의 ‘개혁’들은 독일 사회의 ‘의식개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30일 종전 육아휴직법을 폐지하고 제정한 ‘연방부모휴직급여 및 부모휴직법(BEEG)’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부모수당은 3세 미만의 영아를 둔 부모에게 2년간 300유로(약 42만원)를 지급하거나 1년간 450유로(약 64만원)를 줬다. 새 법은 소득대체율을 대폭 올려 임금의 67%, 최대 1800유로(약 256만원)를 12개월 동안 지급토록 했다. 특히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최대 14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14개월 간의 육아휴직을 부모가 나눠 쓸 수 있게 되면서, 2006년 3.5%에 그쳤던 독일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껑충 치솟았다.
부자드 박사는 “현재 남성 40%가량이 2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쓴다”며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를 성평등한 사회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학력 여성들의 아이낳는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 그는 “2006년 육아휴직 개혁 이후 35~39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10년 주기 분석 결과 평생 아이가 없는 고학력 여성 비율이 27%에서 24%로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며 “과거엔 독일에서도 고학력 여성은 경력을 이어가는 것과 출산을 두고 결정해야 했지만, 지금은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해졌다”고 자랑했다.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영국 정원(Englischer Garten)’에서 만난 ‘변호사 엄마’ 나탈리(Nathalie·35)씨는 “이미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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