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대표 선임 ‘비공개’ 논란… “20만 주주 지켜보는데 밀실 인사하나”
개인정보 공개 동의서 받고도 후보 명단 비공개
KT가 지난 12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 지원 신청을 마감했지만,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KT는 최근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깜깜이 셀프 경선’ ‘카르텔’ 논란으로 후보자 사퇴가 빈번했던 기업이다. 약 20만명의 주주를 포함한 주요 이해관계자가 수긍할 대표이사를 뽑기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중요한데, 신임 이사회가 이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 신청 접수 마감 결과 사외 후보군이 27명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공개모집에서 20명, 주주추천 1명, 외부 전문 기관 추천 6명이다. 하지만, 누가 지원했는지 사외 후보군과 별도로 사내 후보군은 몇 명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사내 후보군은 대상자만 12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KT 관계자는 “공정성 확보와 후보자의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새 이사회가 후보를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KT는 선임 절차 중간에 명단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KT가 지난 4일 낸 ‘최고경영자(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 공고’ 내용과도 맞지 않다. KT는 당시 공고문에 대표이사 지원자가 ‘개인정보 수집·이용·공개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동의서에는 “심사 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대표이사 후보 선임과 관련한 심사 프로세스 및 회의 결과는 대외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며 이에 후보자의 개인정보, 지원 사실 및 심사 결과 등도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적시했다. KT는 동의서에서 “지원자 사정에 따라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수는 있다”면서도 “동의를 거부할 경우 원활한 심사를 할 수 없어 심사 과정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동의한 후보자의 경우에라도 명단을 공개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밀실에서 속닥속닥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주인 없는 회사로서 기본적인 대원칙은 투명성이 되어야 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면서 후보자를 공개 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반응이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투명성과 공정성 차원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데 롱리스트(Long List·1차 후보군)를 공개 안 할 이유가 없다”며 “후보자를 공개해 제한된 사람보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검증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KT는 지난 2월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했을 당시 1차 후보군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KT 이사회는 연이은 투명성 논란 끝에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 이사회는 후보에 34명이 지원한 점을 밝히며 세부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KT 외부 인사는 18명, 사내 인사는 16명이 지원했다.
KT가 대표이사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낙하산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달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하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을 포함시켰다. 당시 이를 놓고 ICT와 상관 없는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조치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KT는 “제한을 두지 않고 능력있는 적임자를 찾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KT는 이번에 구성된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8월 첫째 주에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해 서류에 대한 평가 의견을 받는다. 최종 1인 후보는 8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업계에 따르면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부문장(사장) ▲남규택 전 KT 개인고객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KT Mass총괄(사장) 등이 차기 KT 대표이사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월 KT가 대표이사를 공모했을 당시에도 지원했다. 이번에 새롭게 지원한 사람은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전 KT 사외이사)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배순민 KT융합기술원 소장(상무) ▲채종진 사장(전 BC카드 대표이사) ▲이기주 전 방통위 상임위원(김앤장 고문) ▲송영희 전 KT T&C부문 가치혁신CFT장(전무) ▲김영섭 전 LG CNS 대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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