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실업급여' 지적에 이정식 장관 "안타깝다"...전문가 "망가진 제도 고쳐야"

2023. 7. 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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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의원 "여성·청년 사치 즐기는 모럴헤저드 집단 취급"
이정식 고용장관 "제도 취지 맞게 실업급여 작동돼야 한다는 얘기한 것"
'고용보험의 아버지' 유길상 총장 지난 10일 "부적절한 지급, 굉장히 심각"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샤넬 실업급여' 발언으로 인해 정부의 실업급여 제도 개편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연동 하한액과 손쉬운 수급 요건 등으로 인해 실업급여 반복수급, 면접 노쇼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재취업 기피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샤넬 실업급여' 발언으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란이 된 '샤넬 실업급여' 발언과 관련 "발언 취지 일부만 부각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는 지난 12일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악용사례에 대한 현장 의견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가 '여자분들, 젊은 청년들이 계약기간 만료가 된 김에 쉬겠다고 하면서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가고 일할 때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거나 옷을 사거나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고 발언해 큰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청년들이나 여성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어떻게 저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느냐"며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정당하게 수급하는 것인데, 고용노동부가 이렇게 여성과 청년 전체를 사치나 즐기는 모럴헤저드 집단으로 취급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장관은 "(발언자는) 13년 동안 이 업무를 담당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제도 취지에 맞게 실업급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의 지적처럼 해당 발언은 '여성과 청년 전체를 사치나 즐기는 모럴헤저드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현재의 '실업급여'의 최저임금 연동 하한액과 손쉬운 수급 요건이 근로의욕 저하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1995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퇴직 전 18개월 가운데 12개원은 보험료를 납부해야만 했지만, 2000년 이후부턴 퇴직 전 18개월 중 180일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지급 기간도 1995년 30일에서 지금은 최대 240일까지 늘었다.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확대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1998년 하한액 규정(최저임금의 70%)이 만들어진 후부턴 오히려 '월급'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00년부턴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토록 하면서 2016년 120만명(4조7000억원)이던 지급대상은 2021년 178만명(12조원)까지 늘었다. 이 탓에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결국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10조3000억원을 빌려 와 채웠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실업급여가 실직자의 재취업 의지를 꺾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34.7%였던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2022년 28.0%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5년 실업 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며 경제계를 설득해 고용보험 도입을 이끌어 내면서 '고용보험의 아버지'으로 불리는 유길상 한국기술대학교 총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용보험제도가 많이 망가졌다고 본다. 지난 2009~2011년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보험평가센터장으로 있을 때부터 고용보험제도 대수술을 하자고 했었다"며 "지급하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지급하는 부적절한 지급(incorrect pay)이 우리나라에선 굉장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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