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조현병 환자는 어디로 갔을까[책과 책 사이]
박완서의 소설 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정신장애인 버전으로 바꿔보자. “그 많던 조현병 환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조현병은 성별·국가·인종과 관계없이 100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정신질환이다. 5000만 한국 인구 중에 약 50만명의 조현병 당사자가 투병 중이란 얘기다. 하지만 일상 속에선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다. 폐쇄병동이나 시설 등에 ‘가족의 비밀’로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죽을힘을 다해 숨겨온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 나왔다. <나의 조현병 삼촌>(아몬드)의 저자 이하늬는 65세 삼촌과 40년간 함께해온 조현병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기로 한다. 삼촌의 실질적 보호자였던 어머니와 가족이 “평생 쌓아올린 거짓말”로부터 해방되고 싶었고, 삼촌의 일생이 “평생 정신병원만 들락날락하다가 불쌍하게 죽었다”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현병 당사자의 이야기라고 암울하고 이상한 것만은 아니다. 삼촌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도서관에서 시집이나 소설책을 읽는다. 몇년 전 주차관리원으로 ‘처음’ 취업했을 땐 “사람이 반듯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일’은 정신장애인의 증상을 개선하고 재발 가능성을 낮춘다. 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며 얻는 소속감·인정이 긍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과 의사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는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오월의봄)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매드프라이드’ 운동을 다루며 ‘미쳤다는 것’이 사회에서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철학적으로 논증한다. <나의 조현병 삼촌>에도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은 망상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조현병 당사자의 믿음은 망상이냐”고 질문을 던지는 이가 있다. 정신장애에 대한 낙인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이들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 광기와의 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있다.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30624080002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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