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범죄’ 의혹 ‘신대방팸’ 검찰행 [사사건건]

가출한 여성 청소년에게 성범죄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신대방팸’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우울증 갤러리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여성 청소년 대상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성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성년자 성착취 의혹 '신대방팸' 영장실질심사 출석 모습. 연합뉴스

◆가출 미성년자 노린 성범죄 의혹 ‘신대방팸’ 檢송치

14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가출한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는 신대방팸 구성원 김모(26)씨 등 일당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2020∼2021년 서울 동작구의 신대방팸 근거지에서 가출한 여성 청소년을 집에 보내지 않은 채 폭행·협박하고 성관계한 혐의(미성년자 의제간음·실종아동법 위반·폭행·강요 등)를 받는다. 김씨는 이달 5일 증거 인멸 염려로 구속됐다.

나머지 신대방팸 구성원 박모(22)씨 등 3명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박씨는 다른 여성 미성년자에게 접근한 뒤 친밀감을 조성해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위계에 의한 미성년자 의제간음·실종아동법 위반·폭행·강요)를 받는다. 임모(27)·한모(22)씨에게는 실종아동법과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신대방팸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남성 이용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모임으로, 가출한 10~20대들이 집을 얻어 함께 사는 ‘가출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여학생들을 꾀어내 근거지에 머물게 하며 집에 보내지 않고 성범죄를 일삼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경찰은 지난 4월 말 신대방팸 멤버가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미성년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이들의 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벌여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

사진=뉴시스

◆그루밍 성범죄 처벌 확대할 때

경찰 수사의 시작은 지난 4월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한 10대 학생 A양이 고층 빌딩에 올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과정을 SNS로 생중계한 사건과 맞닿아 있다. 경찰은 신대방팸, 신림팸 등 우울증 갤러리를 연결고리로 한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범죄’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 끝에 일당 4명을 송치한 것이다. 다만 해당 의혹은 A양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루밍은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 예방을 위해 그루밍 처벌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루밍 성범죄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발생하는 만큼, 청소년성보호법 관련 규정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해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그루밍도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2021년 9월24일 개정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으로 성적 욕망,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해서 하거나 반복하는 행위를 그루밍으로 처벌한다. 아동·청소년이 성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도 그루밍으로 분류된다.

개정 법률에 따르면 경찰이 아동·청소년을 노린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 경찰 신분을 공개하지 않거나, 경찰이 아닌 다른 신분으로 위장해 수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루밍을 하다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