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떠나보내고 8kg 빠졌다…2군서 ERA 0.56 '재충전' 후반기 선발 복귀, 한화 더 강해진다
[OSEN=이상학 기자] 한화 우완 장민재(33)가 후반기 선발투수로 돌아온다. 지난 5월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며 마음고생을 했지만 퓨처스 팀에서 재충전 시간을 갖고 후반기에 에너지를 폭발할 준비를 마쳤다.
장민재는 5월까지 한화 선발 마운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었다. 1선발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부터 부상으로 이탈했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도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4월 한 달간 고전했다. 토종 에이스로 떠오른 문동주도 5월에는 기복 있는 투구로 성장통을 겪었다. 여러모로 선발진이 어수선할 때 중심을 잡아준 투수가 바로 장민재였다. 5월24일까지 시즌 첫 8경기에서 42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3패 평균자책점 2.76으로 활약했다. 승운이 없었지만 안정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5월31일 대전 키움전에서 5이닝 10실점(9자책) 난타를 당하더니 6월 들어 6일 잠실 두산전 3⅓이닝 4실점, 11일 대전 LG전 1이닝 4실점(무자책)으로 모두 조기 강판됐다. 스피드보다 커맨드로 승부하는 투수이지만 구속이 떨어지면서 주무기인 포크볼이 밋밋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순식간에 시즌 평균자책점이 2점대에서 4점대(4.53)로 올랐다.
결국 구위 회복과 조정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간 장민재는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16이닝) 8피안타 6볼넷 1사구 17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56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 서산 두산전에서 7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군 복귀 준비를 완료했다. 최고 138km 직구(31개) 외에도 포크볼(41개), 슬라이더(10개), 커브(8개)를 섞으며 투구수를 90개로 늘렸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대체 선발로 나선 한승주를 불펜으로 돌리면서 장민재를 후반기에 선발로 다시 부른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 문동주 등 선발 3명은 안정적이지만 4~5선발이 약한 한화는 돌아온 장민재에게 기대를 건다. 6월 이후 8연승 포함 17승13패1무(승률 .567)로 리그 4위 성적을 내며 시즌 순위도 8위로 뛰어오른 한화가 후반기에도 기세를 잇기 위해선 4~5선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장민재는 “2군에 있으면서 현실에 충실했다. 좋게 말하면 휴식, 충전을 위해 내려온 것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내가 못해서 내려온 것이기도 하다. 1군에 있을 때 체중이 7~8kg 빠졌는데 2군에 와서 웨이트를 많이 하며 살도 찌우고, 컨디션도 끌어올렸다. 이제 그걸 폭발시킬 일만 남았다. 1군에 올라가서 잘할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시즌 중 체중이 많이 빠진 것은 체력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마음고생이 더 컸다. 지난 5월2일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 전체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어릴 때 외할머니 손을 타고 자란 장민재에게도 무척 각별한 존재였다. 장남으로서 남겨진 가족들의 허전함도 달래야 했다. 발인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팀에 합류해 일정에 차질 없이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갈수록 힘이 부쳤다.
장민재는 “5월에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도 많이 힘들어하셨다. 할머니를 모셔다드린 뒤 쑥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프로 선수라면 가족사가 있어도 본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이제는 슬픔을 잊고 할머니께 도와달라고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체중도 2~3kg 다시 회복하면서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구위 회복의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도 있다. 지난 1일 익산에서 열린 육성군 연습경기 때 KT를 상대로 3⅓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했다. 당시 장민재에게 삼진을 당한 강백호가 뒤로 쓸쩍 와선 “형 볼 너무 좋은데요. 왜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그 이후 퓨처스리그 2경기에서 10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장민재는 “2군에 내려오기 직전에 직구 구위가 떨어져 힘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KT전부터 공이 쫙쫙 꽂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감이 워낙 좋아 잊어먹지 않고 유지하려 노력했다”며 “3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2군 와서 몸도 만들고, 오타니 쇼헤이 관련된 걸 포함해 3가지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 마음도 차분해졌다. 중계를 보면서 우리 팀이 진짜로 강해진 게 보이더라. 내가 조금 더 힘이 된다면 후반기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늦게까지 야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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