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미지명 선수, MLB 드래프트로 프로行…한국 최초 주인공 "솔직히 아직도 안 믿겨요"

신원철 기자 2023. 7.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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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일고 시절 최병용(가운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O리그 10개 구단이 외면한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신일고를 졸업한 내야수 최병용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라운드 지명을, 배재고 출신 내야수 신우열이 탬파베이 레이스의 16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한국에서 학생 선수로 야구를 하다 드래프트 미지명 후 미국 대학에 진학해 지명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진로를 만든 선수들이다.

올해 메이저리그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는 심정수의 아들로 유명한 케빈 심(애리조나 5라운드)과 한국계 선수 에디 팍(화이트삭스 8라운드)도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자라 미국에서 야구를 배운 경우다. 최병용과 신우열은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뒤 미국 대학에 입학해 야구를 계속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 나온 사례다.

▲ ⓒ 최병용 인스타그램

최병용은 신일고를 졸업한 뒤 미국 야구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뉴멕시코 밀리터리 인스티튜트라는 2년제 기숙학교에 입학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 20라운드는 샌디에이고의 마지막 지명 순번이었다. 최병용은 4년제 대학 야구부로부터 5만 달러 규모 장학금을 제안받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 도전해볼 생각이다.

13일 서면 인터뷰에서 최병용은 "솔직히 아직도 안 믿긴다. 드래프트 전에 몇몇 구단과 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뽑힌다는 확신은 없었다. 드래프트 마지막날 후반까지도 이름이 안 불려서 안 뽑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라운드에 뽑혀서 너무 좋았다. 이제 새로운 길을 가야 하니 더 단단하게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명 뒤에는 한국에 있는 가족이 먼저 떠올랐다고. 최병용은 KBO 드래프트 미지명 후 야구를 포기할 뻔했지만 주변의 도움과 부모님의 노력으로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부모님이 내 뒤에서 잘 도와주셨다. 보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왔다.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이었을텐데도 안 주무시고 보고 계셨더라"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내 다음 단계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겼다. 최병용은 "마음가짐을 다시 했다. 분명히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어려울 거로 생각하고 있다. 가족 생각 다음으로는 그런 마음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 ⓒ 최병용 인스타그램

미국에서 야구를 다시 시작하면서 자신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느꼈다고 했다. 최병용은 "미국에서는 강압적으로 시키는 것보다 자유를 보장한다. 친구들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타격을 하거나 펑고를 받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각자 부족한 점을 찾아서 개인 훈련을 하는 거였다. 미국에 가보니 팀 훈련이 길어야 3시간이고 나머지는 개인 훈련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한국과 달리 팀 훈련이 짧아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몰랐다. 계속 친구들을 보고 배우면서 내 시간을 잘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코칭스태프와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자주 대화를 하고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고 맞춰간다. 그점이 좋은 것 같다. 코치님과 거리감도 없어서 어느 때나 야구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최병용은 미국 야구 유학 프로그램을 거쳐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6년째를 맞이한다. 그는 "미국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고 그걸 도와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이 과정을 선택했다"고 돌아봤다.

▲ ⓒ 최병용 인스타그램

이 프로그램을 만든 남지현 대표는 야구인 출신이 아니다.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았다. 제일기획과 제일모직, LF까지 대기업에서 일하다 덜컥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2018년 퇴사 후 미국에서 야구를 배우던 조카를 만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조카의 "한국 고등학교 선수들 야구 잘하는데 왜 미국으로 유학을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왜 그런 사람이 없냐"고 대답했는데, 알고보니 정말 그런 사례가 없었다. 드문 것이 아니라, 남지현 대표의 조사에 따르면 아무도 없었다.

야구인 출신도 아닌 이가 야구 유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의심의 눈초리도 많이 받았다고. 첫 해 쇼케이스 때는 50명 선착순을 외쳤는데 겨우 19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지금은 누적 사례가 쌓이면서 점차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최병용의 지명을 계기로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야구 선수만을 바라보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남지현 대표는 "야구 특기생들은 준비된 리더다. 체력 좋고 멘탈 강하고 희생정신도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노력했고, 많은 관중 앞에서 뛰기를 원하는 배짱이 있다. 이들에게 리더의 자질이 있다고 봤다. 단순한 야구 유학 알선업체가 아니라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생각하고 운영하고 있다. 1기부터 5기까지 55명이 있는데 모두가 프로 선수가 되지는 않을 거다. 대신 나머지는 야구를 통해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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