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여성암도 강한 의지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생명을 살리는 수술]
동아일보-고려대의료원 공동기획
서구형 식습관-비만 등 원인
유방암-자궁내막암 증가추세
난소암, 발견 늦어 가장 치명적
3기 이후 발견해도 완치 사례 많아
자궁경부암 줄고 자궁내막암 늘어
수술 후 면역항암제 투여, 효과 높아
‘여성성’ 상징 유방, 최대한 보전
상실감 줄이고 심리적 치료 효과
70% 이상은 수술 후 유방 재건
여성암은 대부분 △서구형 식습관 △과체중과 비만 △여성호르몬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자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여성암인 난소암,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치료법을 집중 조명한다.
●3기 이후 난소암 생존율 50% 넘겨
암이 난소에 국한되면 1기, 나팔관이나 자궁, 골반강까지 침범하면 2기로 본다. 암이 복강까지 퍼졌다면 3기, 먼 장기로 전이됐다면 4기로 진단한다. 보통 3기까지는 수술을 먼저 한 뒤 6회 항암치료를 한다. 단, 중요한 혈관과 장기에 암이 침투할 경우 항암치료 3회, 수술, 항암치료 3회의 순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난소암 수술은 난도가 높다. 난소에서 발생한 암은 복수(腹水)를 타고 맹장, 대장, 횡격막, 위장, 간까지 이동하면서 암 파편을 퍼뜨린다. 이 때문에 난소, 자궁, 방광은 물론 대장과 소장, 간의 일부 등 넓은 범위를 절제한다.
난소암은 특히 초기 증세가 거의 없다. 환자의 80~90%는 3기 이후에 발견된다. 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의 경우 암 덩어리가 테니스공만큼 커져도, 뱃살이 나왔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을 일찍 발견하려면 질 초음파 검사나 혈액으로 종양표지자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3기 이후의 난소암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A 씨 사례를 들려주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10여 년 전, 당시 A 씨는 55세였다. 소변 횟수가 늘어났다. 복부에 혹도 만져졌다. 검사해보니 복강 내에 암이 다 퍼진, 난소암 3기였다.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이 불가능한 상태. 홍 교수는 배를 열어 난소, 자궁, 대장과 소장의 일부, 복막, 림프절, 맹장 등을 절제했다. 7시간에 걸치는 대수술이었다.
완치를 기대하며 항암치료에 돌입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암이 재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난소암의 재발률은 70%에 이른다. A 씨는 그 후로 수술을 세 차례 더 받았다. 그때마다 항암치료도 했다. 끈질긴 투병 끝에 2년 전, 항암치료를 끝냈다. 이후 암세포는 보이지 않았다. 이를 ‘완전관해’라고 한다. 사실상 완치인 셈. 3년 후에는 의학적으로도 완치판정을 받게 된다.
●자궁내막암 면역항암제 효과 커
자궁암은 생기는 부위에 따라 크게 자궁경부암과 자궁체부암으로 구분한다. 자궁내막암은 자궁내막에 생기는 암으로,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부인암 발생률 1위는 자궁경부암이었다. 하지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출산 시기도 늦어지면서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은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9년 자궁내막암이 1위로 올라섰다.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자궁암의 양상도 서양과 흡사해진 것이다.
자궁경부암보다 자궁내막암의 악성도가 높고 치료도 어렵다. 암이 자궁내막에 국한하면 1기, 자궁경부까지 침투하면 2기로 본다. 질, 나팔관, 난소, 주변 림프절이나 대동맥까지 퍼지면 3기다.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지면 4기로 진단한다.
난소암과 마찬가지로 자궁내막암도 수술 범위가 커질 수 있다. 3기 이전에는 주로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한다. 다만 3기 말이거나 암이 공격적인 유형이라면 개복수술을 한다.
2017년 50대 초반의 B 씨가 홍 교수를 찾았다. 자궁내막암 3기였다. 심지어 공격적이고 재발이 잦은 유형이었다. 일단 수술까지는 잘 끝났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항암치료가 듣지 않았다. 이후 목 림프절에서 암이 발견됐다. 원격전이가 이뤄진 것이다.
의료진은 B 씨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이어 가장 적합한 면역항암제를 투여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암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B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홍 교수는 “최근 면역항암제가 자궁내막암 치료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성 살리는 유방보존술 늘어
유방암은 암의 크기가 2㎝ 미만이고 겨드랑이 림프절에 전이되지 않으면 1기로 진단한다. 암이 2㎝ 이상이거나, 크기는 작아도 림프절로 전이됐다면 2기다. 이보다 더 커지고 전이된 개수도 많아지면 3기, 멀리 있는 장기까지 퍼졌다면 4기다.
유방암 수술은 유방조직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 최소한의 유방조직만 절제하며 암을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로 나눈다. 정승필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과거에는 혹시라도 암이 남아있을지 몰라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많이 했지만 최근에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비율이 7대 3 정도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3기까지는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하기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할 때가 많다. 암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면.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을 더 많이 보존할 수 있기 때문.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때도 흉터를 최소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정 교수는 “유륜 선을 따라, 혹은 유방 밑주름을 따라 2~3㎝ 정도만 절개하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봇수술의 경우에는 겨드랑이 부위로 구멍 한 개만 뚫기 때문에 유방 부위에는 흉터가 없다.
유방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만 4기에 발견하면 40%대로 떨어진다. 그래도 최종 완치에 이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 교수가 치료한 환자 C 씨도 그랬다.
C 씨는 진단 당시 32세였다. 왼쪽 유방에서 암이 발견됐다. 뼈로 전이됐고, 피부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암이 퍼져 있었다. 4기 유방암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투병했다. C 씨는 먼저 8회 항암치료를 받았다. 암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암은 완전히 제거됐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하지 않고 있다. 유방을 복원하는 수술도 받았다. C 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유방암 환자 70%, 유방 재건 선택
C 씨는 유방조직 전체를 들어낸 뒤 유방을 재건했다. C 씨처럼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을 보존하려는 여성이 최근에는 더 많아졌다. 유방전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가 유방을 재건한다. 유방 재건은 미적 효과를 넘어 심리적 치료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형철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선천기형이나 유방재건술을 전문으로 한다. 90%는 유방 재건 환자다. 보형물을 가슴에 삽입하거나 뱃살로 유방조직을 만들어 삽입한다. 보형물 삽입은 1시간 정도면 끝난다. 자기조직을 이식하려면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보형물 삽입을 택하는 사람이 7대 3 정도로 많다.
이 교수는 “암을 제거한 뒤 후속 치료를 할 때도 유방이 없으면 상실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70대의 환자도 재건 수술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70대 초반의 D 씨가 그랬다. D 씨는 처음에는 재건 수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D 씨의 남편과 자식들은 상실감을 덜 느끼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재건 수술을 적극 권했다. 결국 D 씨는 유방 재건 수술을 받았다. 나중에 D 씨는 그 선택이 옳았다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유방 재건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지만 치료비는 수백만 원에 이른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방센터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유방 재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0만 원의 재건수술기금과 보형물을 확보한 상태다. 대상자는 이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이 선정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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